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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만 남긴 영수회담/최규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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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만 남긴 영수회담/최규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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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열린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평가나 반응이 영 딴판이다. 김영삼대통령은 12일 강원도를 순방한 자리에서 『야당대표와 만나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한데 큰 의미가 있다』며 여야동반자관계를 강조했다. 청와대 인사들의 평가 역시 김대통령과 이구동성이다. 반면 민주당은 『만났다는 사실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혹평하며 청와대의 「일방적 발표」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대통령의 말에는 하지않은 것도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평가가 이처럼 상반되는 것은 회담에서 주고 받은 「선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회담에서 김대통령과 이대표간에 평행선을 그은 국가보안법개폐나 이대표의 방북및 UR재협상문제등은 당초부터 서로의 입장차이가 뻔했던 현안이다.

 문제는 그보다는 회담결과 발표가 뭔가 「엉성」했다는데 있다. 회담에 이어 여야 정개법협상대표등이 참석한 오찬이 끝난 하오 1시 40분께 주돈식 청와대대변인은 회담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발표했다. 주대변인은 『김대통령이 회담에서 한 발언만을 구술받은 것이며 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에서 별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주대변인말대로 민주당은 이대표가 하오 3시 따로 발표를 했다. 그러니 주대변인발표에는 이대표의 지적처럼 김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이 들어 있을 소지가 생겼다.

 주대변인이 허위발표를 한 게 아니라 김대통령이 구술할 때 현안에 대한 평소 생각도 함께 전했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따로 발표하다보니 말투나 어감이 똑같이 전달되기도 어려웠고 심지어는 김대통령이 이대표에게 일방적 교육을 한것처럼 돼버렸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당연히 회담이 끝난 뒤 양측 대변인을 불러 한 자리에서 같이 구술을 했어야 했다.

 청와대 주장대로 과거와 같이 은밀히 뭔가를 주고 받는 영수회담은 안한다는 것이라면 아예 배석을 시킬 수도 있었다. 결국 청와대의 평소 지론과는 달리 「시혜를 하듯 불쑥 만나준」회담처럼 급작스럽게 이뤄져 사전준비가 없었던 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은 측면이 없지 않다. 회담내용보다도 절차와 격식때문에 생긴 일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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