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린 케이블 엿가락처럼 굳어/소화기 하나없고 평상시 경비 허술 서울을 한순간에 통신공황으로 몰아넣은 문제의 지하통신공동구는 진화된지 11시간이 지난 11일 상오7시께도 유독가스와 함께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중부소방서 강대환 구조대반장(40)등 3명의 소방대원과 함께 사고후 처음 현장에 들어간 기자는 국가통신망의 중추신경격인 이곳의 관리와 경비가 너무나 허술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랜턴불빛을 따라 들어가 본 공동구는 한마디로 방재무방비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하공동구의 출입구는 맨홀이다. 중소기업은행 종로6가 지점 앞에 있는 맨홀을 통해 사다리를 타고 7를 내려가니 15앞에 부서진 철제문이 보였다. 이 문을 지나면 높이 2·2 폭 3·3의 통신구가 있다.
통신구는 좌우로 통신 케이블을 받쳐주는 철선반이 4∼5단가량 설치돼있었다. 통신구 중앙에도 1간격으로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불에 탄 케이블들이 선반위에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선반에 연결된 케이블들은 불에 녹아내려 마치 굳어버린 엿가락같았다. 케이블을 싼 PVC 피복들도 마찬가지였으며 그틈을 비집고 머리카락 뭉치같은 케이블들이 이리저리 삐져나와 있어 「하이테크 패닉」의 현장을 실감케 했다.
불에 탄 케이블을 20여 따라가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배수펌프장이었다. 경찰의 11일 화재감식에서 완전히 타버린것으로 드러난 배전반은 수면 바로 위에 있었다.
통신구는 지하 철제문으로 외부와 차단돼있지만 스프링클러장치는 물론 소화기조차 눈에 뛰지않았다. 이지역은 특별보안구역으로 정보기관이 관할하고있다. 그러나 경비는 서울전화건설국 소속직원 3명이 8시간씩 교대로 맡고있어 너무 허술한 편이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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