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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로비/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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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로비/이이춘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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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말 민주당 김말롱의원에 의해 불거졌던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발표 전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수사는 면죄부

 한국자보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이중 겨우 8백만원으로 대국회 로비를 하려고 했다며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건의 결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과연 있을까. 노동위 「돈봉투사건」은 이렇게 하여 세간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지난 주말 한호선 농협중앙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14대총선 당시 1백10여명의 후보들에게 2백만∼3백만원을 주었다고 진술, 정치권이 또 한차례 로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로비설에 대한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있다.

 국회의원과 로비―국회주변에서는 상식화되어 있지만 그 은밀성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당사자 외에 누구도 모르는게 또한 상식이다. 수사기관도 의원이 관련된 로비는 필요한 정도만 추려내고 문을 닫는다. 이유는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정치인들은 흔히 자신의 정치목표를 거창하게 내세우나 많은 경우 개인적 입신과 출세에 집착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국가장래를 운운하지만 그 말이 진심도, 진실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출세하여 권력을 잡으면 사람을 턱으로 부리고 권력으로 돈을 모아 졸부행렬에도 낄 수 있기 때문에 정치를 한다는게 오히려 솔직한 내심일수 있다. 정치를 통해 자신이 경영하던 기업을 지금은 어엿한 재벌반열에 오르게한 정객도 몇명된다.

○이권뒤엔 항상 연루

 정치현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국정을 맡겨서는 곤란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 정치적인 식견도, 투철한 소명의식도, 반짝이는 재능도 없는 인사들이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은 줄을 잡는 감에 있어서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줄을 잘 잡아 국회의원이 되면 출세가도는 마냥 열려 있다고 해야 한다. 지금의 정부내에도 이렇게 하여 고관대작의 지위를 누리는 인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또 이 줄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예비정치인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렇게 입신한 정치인들은 출세를 위해 돈이 필요해진다. 지역구와 사람을 관리하고 줄을 튼튼히 하고 치부를 위한 거금이다. 로비를 하고 로비의 상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돈과 연관된 사건에는 항상 정치인이 연루되는 것이다.

 돈과 로비는 일각을 보고 전체를 그릴 수밖에 없다. 10여년전 중견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지금은 집권당의 중진으로 활약중인 K의원의 토로는 로비의 은밀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정치부기자들이 정치의 내막을 잘 아는 것처럼 기사를 쓰지만 열개 중에서 세개 정도도 알지 못한다』 K의원의 언급은 그가 정치를 해보니 기자시절 정치내막을 알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처럼 으스댄 행동이 부끄럽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 만큼 정치권 로비의 은밀성이 깊숙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로비의 액수를 알아보면 더욱 놀랍다. 소장기업가에서 정치인으로 전업, 민자당에서 중진대우를 받고 있는 L의원은 로비자금의 단가에 대해 이렇게 실토했다. 『한마디로 단위가 다르더라』 10여년전의 언급이다.

○로비액수 상상초월

 2월 임시국회가 통과시킨 정치개혁법안들은 앞으로 선거에서 한도액 이상을 사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강제는 선거기간에만 적용된다. 선거기간만 피하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다는 해석이 성립된다. 따라서 당선을 위해, 줄의 관리를 위해, 치부를 위해 비선거철에 돈을 모아야 하고 비선거철에 돈을 사용해야 한다. 그 만큼 돈과 관련한 로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 전망은 정치인들에게 한정되는 것이고 자신을 정치가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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