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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3개월… 멕시코 표정/“경제 대국화” 담금질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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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3개월… 멕시코 표정/“경제 대국화” 담금질 한창

입력
199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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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서 「개방체질」 만들기 정열적/“대미종속” 우려속에 「부의축적」위해 “최상의 선택”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지난 1월 내내 미국과 멕시코가 맞닿은 멕시코 국경도시들과 멕시코시티공항의 수출입 통관창구에는 난리법석이 벌어졌다.

 관세율과 원산지규정 등을 놓고 세관직원들과 수출입업자들간의 지루하고 답답한 실랑이가 계속되는 사이 통관을 저지당한 수출입물품들이 이곳 저곳에 쌓이기 시작했고 다른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다.

 올 1월1일 나프타가 발효된 직후 나타난 멕시코 현지의 모습이다.

 나프타규정의 구체적 내용을 멕시코정부·업계의 소수 엘리트들만 알고 있을 뿐 통관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하급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서 비롯된 「행정부재」현상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거의 한달 가까이나 계속됐다.

 같은 시간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지역에서는 극빈소외계층인 원주민들의 대규모 무장폭동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도시로 해발 2천2백38의 고지에 위치한 멕시코시티에서는 매연과 공해로 숨이 콱콱 막히는 거리 곳곳에서 백성들의 힘겨운 하루살이가 목격되고 있었다. 대통령궁 앞의 소칼로광장에는 공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생계수단을 잃은 해고자가족들의 천막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살리나스의 대통령궁은 이미 2∼3년 전에 심한 공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한 시민이 전했다.

 반면에 멕시코시티 북쪽의 부유·고위층 밀집주거지역은 풍요로움과 호화로움으로 가득찬 분위기였다.

 멕시코에 나프타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으로 보여졌다. 나프타는 국가발전의 방향으로 살리나스정부가 제시한 하나의 메시지이긴 하지만 경제성장과 빈부격차·분배정의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게 그들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멕시코국립대 국제경제학 교수이자 언론인인 펠리페 가스콘씨(28)는 『70, 80년대를 거치면서 회복불능상태에 빠지다시피 한 멕시코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나프타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상책』이라면서도 『나프타로 인해 늘어날 수출과 수출지원활동의 50% 이상이 외국의 다국적기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멕시코의 자체 민족자본형성이란 차원에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스콘교수는 또 『나프타의 성공적 수행으로 멕시코 경제대국화의 꿈을 이루는 것 못지않게 그에 따른 분배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느냐하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할 영원한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일부 지식인층에서는 『나프타발효는 곧 멕시코의 대미종속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나프타정책 담당자들은 『살리나스정부는 물론 차기정부 역시 나프타를 통해 국가의 부를 불린뒤 이를 모든 국민들에게 고르게 배분하는 정책철학을 견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멕시코 국제무역은행의 안토니오 오르테가 아시아담당관도 『지난 수년간 멕시코의 경제적 침체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당연한 귀결로 이러한 교훈 속에 멕시코가 가야할 길은 개방을 통한 자유경제체제라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80년대가 세계사적으로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의 연대였다면 90년대는 분명 멕시코를 위한 연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세기 초 미국은 힘으로 멕시코영토이던 지금의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빼앗았다. 또 그후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멕시코의 내분을 지원해왔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도저히 해소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멕시코의 뿌리깊은 「반미감정」은 「나프타」라는 묘약으로 하루아침에 지워지려는 듯 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놓칠 수 없는 다른 현상중 하나는 세계경제전쟁의 적나라한 단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멕시코의 미래는 자칫 미국 및 중남미의 거대한 시장을 노리는 선진공업국들간의 처절한 싸움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온갖 민족의 피가 섞인 그들 국민들의 혈통 만큼이나 그들의 미래는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멕시코시티=홍윤오기자】

◎각국의 대멕시코 투자현황/외국기업 투자 총4백억불… 미국 62%차지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톨루카시 외곽의 광활한 평원에는 연일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굉음소리를 내며 새로운 공단조성에 여념이 없다. 공단의 이름은 「톨루카 2000」. 이미 1단계로 3백10만평의 공장 부지조성이 끝난 상태이며 이중 60%가 팔렸다. 입주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독일 일본등의 다국적기업들이다. 이미 공장이 가동중이거나 한창 공장건설이 진행중인 곳도 상당하다. 나프타로 인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멕시코의 적극적인 투자유치책, 미국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등이 어우러져 멕시코는 세계의 유수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새로운 투자지역으로 떠올랐다.

 이미 지난해 7월까지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투자액은 4백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90년 이후 나프타가 구체화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한해 1백억달러에 달하는 급증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상반기 동안만 해도 외국인투자가 60억달러에 달했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물론 미국이 전체의 62%를 차지, 압도적이며 영국 독일 스위스 일본도 투자액을 점차 늘리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금속기계 정보통신분야등 기간산업에 투자가 집중돼 있는데 특히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1925년 포드, 1935년 GM, 1939년 크라이슬러등이 각각 자회사를 설립하여 그 뿌리가 깊다. 이밖에도 AT&T, 캐터필러, 코닝에서 코카콜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기업들이 「메이드 인 멕시코」가 붙은 미국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2백31개 회사가 진출했다. 소니등 전기전자 회사가 47개, 닛산등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회사들이 27개로 주력을 이루고 있다. 62년 중부지역인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진출해 일본계 기업의 대표적 회사로 성장한 닛산은 지난해 멕시코 현지공장서만 2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과 일본, 라틴아메리카로 수출했다.【톨루카(멕시코)=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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