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은 지난해 『종교가 깨끗해지려면 성직자재산과 교회재정을 공개하는것이 좋다』는 개인적 입장을 밝힌적이 있다. 천주교가 이번에 정한 성직자 세금납부방침은 사회전반의 「고통분담」 외침속에서도 제살깎는 일만은 꺼리는 일반적 풍토에 비추어볼때 대단한 용단이라고 할수 있다. 주교단의 한 성직자는 『그동안 종교계가 납세문제에 관한한 특별한 혜택을 누려온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뒤 『소득이 있는 자가 세금을 내는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물론 냉소적인 반응도 없지는 않다.
성직자들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 납세대상소득이라는것이 사제관운영비로 쓰이는 월 30여만원정도의 경비를 제외하면 별것이 없다. 매달 성무활동비 25만원에다 얼마안되는 연 휴가비까지 합쳐봐야 근로소득세 면세점인 연 3백50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라는것이다. 즉 명분은 거창하지만 사실상 세금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천주교의 결정을 가장 반길듯싶은 세무당국자체가 도리어 시큰둥한 표정이다. 한 당국자는 『성직자들의 자진납세결정은 물론 환영할만한 일이나 정작 세수측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므로 징세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나서서 거두려들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교단의 재정공개를 틈나는대로 주장해 온 일부 진보적인 종교단체의 회원들은 종교계의 전반적인 재정운영상태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 안되는 성직자의 급여만을 납세대상으로 거론한다는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대체로 천주교측의 결정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고소득성직자들과 「종교주식회사」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비대해진 교단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종교계가 인식,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는 첫노력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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