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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무력감/박천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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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무력감/박천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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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호선회장의 구속이후 농협중앙회는 극심한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원들은 대부분 침통한 표정으로 방을 지키고 있고 직원들은 그들대로 일손을 잡지못한채 수사진행상황만을 바라보고 있다. 사건 다음날 상오 긴급이사회를 열어 직원동요무마책과 임박한 선거일정을 짤막하게 논의하고 이어 월요일날 아침 강당에서 단위조합장 7백여명을 불러모아 『거듭나겠다』는 요지의 자정결의대회를 가진것이 겉에 드러난 움직임의 전부이다. 결의대회란 것도 쉽게 짐작이 가듯 유인물이나 한번 낭독하는 식의 눈가림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농민을 중심으로 각계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농협개혁론에 대해서 정작 당사자인 농협은 말이 없다.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므로 아직 말할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유이다.

 한회장 구속전부터 많은 농민들은 『우리가 돈내고 만든 단체지만 농협을 찾을때마다 오히려 위축감을 느낀다』며 농협의 근본적인 탈바꿈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은 검찰 수사와 같은  일방적인 사정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농민들은 농협 스스로가 농협개혁의 주체로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한회장 구속이후 신문사로 걸려온 농협직원들과 조합원들의 수많은 전화내용도 그러한 바람들이었다. 

 상당수 농협직원들은 『농협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농민들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던 부분도 인정해야한다』며 『검찰 수사이후 너무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고 있다』고 원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잘했다」는 부분은 농협의 존재이유 자체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다.

 UR이후 우리 농업이 벼랑끝에 서있다는 절박감을 인식한다면 농협은 이제 무력감이나 부질없는 원망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스스로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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