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파기설·법률고문 사임 등 산넘어 산/공화선 청문회공세 가속 「워터게이트」로 가는 「화이트워터」인가.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이른바 화이트워터 스캔들로 불리는 아칸소주지사 시절의 특혜의혹사건으로 집권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7일(미국시간) 클린턴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중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국가평의회의장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석상에서 조차 이번 파문에 따른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하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USA 투데이등 신문은 물론 TV뉴스의 머리기사를 「화이트워터」가 장식하면서 클린턴대통령의 굳어진 표정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의혹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부인 힐러리여사의 모습은 카메라에 좀체로 잡히질 않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회견석상에서 자신과 부인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연설대를 자주 손으로 내리치는등 나름대로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많은 보도진들은 『클린턴이 무척 당황하고 있다』고 읽었다. 적어도 사건의 전개과정이 이같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백악관 법률부고문이었던 빈센트 포스터의 의문의 죽음, 주저하던 끝에 백악관의 특별검사임명, 특별검사의 백악관 관리들에 대한 소환령, 백악관 법률고문인 버나드 너스바움의 돌연한 사임등 일련의 사태흐름이 의문투성이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힐러리여사가 지난 92년 대통령선거운동 당시 상당수의 관련서류들을 파기토톡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이 폭로됨으로써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의회의 시선이 일제히 백악관으로 쏠리고 있다. 공화당진영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의회청문회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피스크 특별검사는 『의회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사건 조사 자체가 큰 차질을 빚게될것』이라며 의회의 자제를 요청했지만 공화당의원들은 이미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공화당의원들은 지난 72년 닉슨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간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을 연상시키며 클린턴부부의 도덕성을 계속 물고 늘어질 기세다.
민주당의원들 조차도 이번 사건의 전모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데는 목소리를 같이 하고있다. 민주당중진인 로스텐코스키 하원 세출위원장은 『청문회를 열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화당측이 흥분을 유도하고 있지만 화이트워터사건은 워터게이트사건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나는 이곳 백악관에서 무엇을 은폐하지도, 권력을 남용하지도 않을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의원들을 가리켜 『뻔뻔스런 일당들』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의정활동으로부터 탈선하기 위해 이번 사안을 부각시키는 책략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여론은 클린턴대통령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기 보다는 『무언가 가려져 있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것같다.
결국 화이트워터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는 이른바 미국 민주주의의 바탕이랄 수 있는 법과 언론의 향후 역할이 얼마만한 성과를 달성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할것같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의혹집중 힐러리 여사/투자서 수습까지 “직접 관여”/백악관에 입김 특별검사 반대 압력설도
미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여사의 치맛바람이 클린턴의 정치생명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야심많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힐러리가 화이트워터사건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당시 12개박스분량의 화이트워터 관계서류를 힐러리가 파기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워싱턴타임스의 보도내용은 그녀가 어느정도 이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화이트워터사건은 시종 힐러리가 북치고 장구친 격이다. 클린턴부부가 화이트워터사에 공동투자한 계기등 사건도입단계부터 사태 수습과정에 이르기까지 힐러리가 관여해왔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특히 82년 설립된 화이트워터사가 89년 파산할때까지 이 회사의 법률고문을 직접 담당하기도했다. 명문 예일법대를 수석졸업한 힐러리의 역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화이트워터사태확대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로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던 지난 1월 초순에도 힐러리가 일부 대통령참모들을 장악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검사제가 도입됐지만 힐러리는 당시 자신의 인맥이라 할 수 있는 버나드 너스바움법률고문, 웹스터 허블 법무부 부장관등에게 특별검사제 도입을 반대하도록 적극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화이트워터 사태수습을 위한 백악관 보좌관들의 비상협의에도 힐러리가 배후에서 입김을 넣었다는 소문도 있다. 화이트워터사건을 수사중인 로버트 피스크특별검사가 힐러리 여사의 수석참모인 마거릿 윌리엄스와 대변인인 리사 카푸토에게 4일 소환명령을 내린 이유도 이같은 맥락이다.【이상원기자】
◎화이트워터 사건이란/클린턴 78년 부당이득 의혹/부동산사 투자 영향력행사
「화이트워터사건」은 빌 클린턴미대통령부부가 지난 78년 「화이트워터개발사」라는 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한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사건이다.
화이트워터사건이란 이름도 「화이트워터개발사」에서 따온 것이다. 이 회사는 클린턴부부와 그의 정치적 후원자인 제임스 맥두걸부부가 아칸소주 북부 오자크산맥의 화이트강변에 휴양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공동투자해 설립한 부동산회사이다.
의혹은 클린턴의 동업자인 맥두걸이 82년 3백만달러에 매입한 신용금고인 「매디슨사」의 자금을 화이트워터개발회사에 특혜 대출하거나 클린턴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것.
특히 클린턴당시아칸소주지사는 매디슨사가 지난 89년 파산하기전 주의 금융기관을 관할하는 주금융국의 책임자에 매디슨사의 법률회사인 「로즈사」책임자를 앉히는등 영향력을 행사해 매디슨사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그의 아내 힐러리는 로즈사의 고문으로 근무했다.
금융업계의 여수신업무를 감독하고 있는 미연방 신탁의결조합(RTC)은 지난해 가을 클린턴부부가 화이트워터개발사와 매디슨사간의 여수신 과정에서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해 사건은 더욱 증폭됐으며 지난해 7월에는 화이트워터개발사에 관련된 서류를 담당해온 클린턴의 친구 빈센트 포스터백악관 부고문이 자살함으로써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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