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으로 불리는 포항종합제철의 경영진이 8일 전격교체됐다. 「전격」이라 할수 있는것은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다. 퇴임한 정명식회장, 조말수사장등 구경영진은 내분을 표출하기는 했으나 포철의 경영호조, 제2이동통신 주사업자로의 선정등으로 유임이 가능한 것으로 임직원들과 주주등 관련자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적어도 외부기용은 없을것으로 봤다. 포철은 정부가 35%의 주식을 갖고있는 대주주이므로 대통령이 경영자를 경질할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포철관계자들과 일반국민들이 불안해하는것은 지금까지의 포철이 지켜왔던 경영자 내부 기용원칙이 깨짐으로써 경영의 부실을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포철이 뒤늦게 대통령선거의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대통령선거운동당시 그의 경제자문팀장이었던 김만제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으로 포철의 정·조경영체제를 교체키로 한것은 포철개혁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김철수상공장관은 『김전부총리는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포철의 경영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포철은 현재의 거대한 국민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박태준체제와 과도적 탈박태준체제를 거쳤다. 이러한 포철특유의 경영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경영이 능률적이었다고 인식되어 있었다. 역설적인 얘기이지만 박태준전회장이 정치적 외압을 막아주고 낙하산인사를 배제한것이 포철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독선적인 경영체제」였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특히 포철의 협력업체나 거래업체들로부터 거꾸로 정치력을 등에업은 위압적인 「불평등거래」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포철의 성공 「신화」뒤에는 이러한 어두운 면이 없지않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기업은 기업의 경쟁력에 의해 운영돼야한다. 포철은 이러한 포철특유의 박태준경영유산 청산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공기업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포철의 새로운 진로설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곧 포철에 대한 종합적인 경영진단을 하여 진로문제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포철경영개혁이 어떻게 추진될지 지켜봐야겠지마는 포철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으로 봐 그 경영이 정치논리에 의해 희생이 돼서는 안되겠다. 포철은 산하계열기업 30개, 종업원 3만4천명의 대그룹이다. 총자산이 11조5천8백억원이고 자기자본비율도 44%나 되며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액 6조9천여억원에 순이익 2천9백여억원이었다. 포철의 경영은 그사업의 규모와 성격으로 봐 적어도 당분간은 지금과 같이 전문경영인의 공기업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컨센서스가 의뤄지고 있는 것같다. 포철경영의 합리적 독립성은 계속 보장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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