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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실험(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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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실험(1000자 춘추)

입력
199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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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에서 말하는 「도」의 심층적 의미를 발굴하기 위하여 동양사회가 농업사회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막스 베버의 통찰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개인의 미덕으로 공업사회에서는 재능이 중시되나, 농업사회에서는 경험이 존중된다. 경험은 연륜과 더불어 얻어지므로, 농업사회에서는 재능있는 사람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대접받는다. 공업사회에서는 실험이 장려되는 반면, 농업 사회에서는 실험은 거의 엄격한 금기에 속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금언은 농업사회에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다. 농업에서 실험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며, 굶어죽음의 어머니 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 통일벼나 노풍이란 품종을 만들어 낸 사람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애국심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보급의 첫해에 얻어진 수확은 적어도 어느 지방에서는 수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재능이 그 해,그 지방에서는 재앙을 낳은 것이다. 그 결과가 몇 년,아니 몇 십 년 뒤에야 나타나는 실험의 경우 그 실패의 경험은 아주 쓰디 쓴 것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교육은 그동안 각종의 끝없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의한 실험장이 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험 대학, 중고등학교 평준화, 예비 고사에서 학력고사를 거쳐 수능시험에 이르는 대입 제도, 한자 교육, 영어 조기 교육, 대학원 중심 대학, 내신 성적, 졸업 정원제, 학사 경고제, 계열별 입학과 과별 입학, 본고사 폐지와 부활, 주관식과 객관식 문형, 논술 고사, 사지와 오지, 국책과목등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실험을 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교육의 장은 결코 개인적인 재능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지 못한다. 실험의 결과는 장구한 세월 뒤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그 때 가서 잘못했다고 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개혁이 또 다른 신기의 실험이 되는 악순환은 경계해야 한다. 본질의 왜곡, 원인에 대한 처방의 오류 시정이 급하나, 우선은 교육을 받는 당사자 외에 누군가가 그 제도로 이득을 얻고 있는 대상이 있었거나,있거나,있게 되는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임홍빈·서울대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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