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체제 내분으로 동반하차/TK인사 기용 배경에 설분분 포철수뇌부의 전격적인 경질과 창사이래 최초의 외부인사영입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철 정명식회장과 조말수사장간 불화가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한 연초부터 포철 수뇌부에 대한 인사설은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외부인사의 영입은 전혀 뜻밖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태준초대회장에 이어 황경로, 정명식 전회장등이 모두 포철에서 잔뼈가 굵었던 인물들이며 박전회장이 정치적 소용돌이의 와중에서 물러날 때도 포철회장자리만큼은 「내부승진의 전통」을 지켰었다. 특히 5공이나 6공때 포철 회장자리에 외부인사를 심으려는 시도는 여러차례 있었으나 「정권의 전리품」으로 요리되기에는 포철의 경제적 중요성이 너무나 막중해 권력의 핵심부 스스로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새정부출범초기에도 정계의 실력자가 포철회장을 맡을것이라는 소문이 강하게 돌았으나 이 역시 소문에 그치고 말았었다. 외부인사가 영입될 경우 경영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치적인 바람을 피할수 없게 돼 잘못하면 거대한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철강은 공업의 쌀이라고 한다. 포철이 흔들리고 부실해질 경우 철강이 경쟁력을 잃게 되고 철강이 부실해지면 우리나라 공업 전반이 흔들리고 부실해질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선뜻 포철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때마다 포철회장이 바뀌는 전통이 생긴다면 포철의 안정적 경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것이다. 외부인사 영입의 전례를 안만들기 위해 역대 정권이 애써 「유혹」을 억제했던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정부가 외부인사불영입의 금기를 깨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정·조 두사람 사이의 내부 불화와 갈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은 조사장이 주요 정책결정과정에서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연초 시무식때 회장중심체제를 선언하고 독자적 인사조치를 단행해 물의를 빚었었다. 두사람은 파문이 의외로 커지자 화해에 나섰고 최근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불편해진 정부 고위층의 심기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포철의 감독기관인 상공자원부의 김철수장관은 8일 경질 배경설명을 통해 『경영진 불화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며 갈등을 자제하고 있다고는 하나 내분이 재연될 소지가 있어 국민기업을 맡기기에는 합당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내부불화외에도 다른 속사정이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없지 않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복합적인 배려가 있었을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회장의 기용은 새정부들어 첫번째 5공인물의 기용이고 이른바 TK핵심인물의 전격적인 기용이라는 점에서 경제외적인 의미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전부총리의 포철회장선임은 김영삼대통령의 직접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것으로 알려져 그 함축적 의미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2월중순부터 포철 새 회장 물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행정경험과 국제감각이 뛰어난 김전부총리를 최종 낙점한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대선때 「김영삼후보 경제자문팀」의 팀장을 맡은 이후 김대통령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실세이며 교수 재무부장관 경제기획원장관 삼성생명회장등을 역임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정부는 포철 새회장에 김대통령의 측근 경제브레인인 김전부총리를 기용함으로써 포철을 명실상부한 정부 직할체제에 뒀고 포철은 김전부총리를 새 회장으로 맞음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국가경쟁력강화의 선도역할을 맡아야 할 포철의 경영진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어 하부구조가 흔들리거나 내부동요가 일어나서 는 안될 것』이라며 『국가기간업체인 포철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외부영입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종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