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절단… 고아신세… 쇼걸… 어느 일 여인의 일생/헬렌 켈러도 “나보다 위대한 여인” 눈물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것 같은 고통을 극복한 한 일본여인의 치열한 생애를 소개하는 감동적인 책이 나왔다. 「이 여인을 보라」(구로세 쇼지로 지음, 백제문화사간)는 팔과 다리가 없이 평생을 보낸 나카무라 히사코(중촌구자· 1897∼1968)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눈멀고 귀먹고 말 못했던 헬렌 켈러가 『나보다 불행한 사람, 그리고 나보다 위대한 여인』이라며 눈물지었던 그는 저주처럼 내린 불행을 용감히 감싸안은 채 구도자처럼 살다 간 위대한 인간이었다.
기후(기부)현 다카야마(고산)에서 가난한 돗자리 장수의 딸로 태어난 히사코는 두살 때 살이 타고 뼈가 썩는 병인 「돌발성 탈저증」에 걸려 사지를 모두 잘라내야 했다.
외할머니와 부모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그나마 행복하게 성장한 그는 7살 때 아버지가 급성뇌막염으로 세상을 뜨자 형극의 삶이 시작했다. 의부의 눈총, 가난, 고아원에 맡겨진 어린 동생과의 이별, 계절만 바뀌면 저려오는 육체적 고통, 통나무처럼 지내야 하는 불편….
그러나 히사코는 나약한 장애소녀가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치밀어 오는 삶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는 무엇이든지 혼자서 하려고 했다. 바늘에 혓바닥을 찔려가며 바느질을 했고 뭉툭한 팔꿈치에 매어둔 헝겊에 뜨개바늘을 꽂아 뜨개질을 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독서도 열심히 했다.
가난과 장애라는 짐은 결국 그를 흥행단의「쇼걸」로 나서게 했다. 그의 나이 스무살. 가족에 의해 흥행단에 팔린 그는 입으로 붓글씨를 쓰는 재주로 관객들을 맞았다.
그는 성한 사람도 힘든 흥행단 생활에 악덕 단장을 만나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을 당했다. 고아원에서 누나를 그리워하다 죽은 동생의 장례식 때도 그는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재주를 부려야 했다.
그는 그 사이 결혼을 네번이나 했다. 남편들은 모두 성한 사람이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첫번째와 두번째, 네번째 남편은 병사하고 건달인 세번째 남편과는 이혼했다. 이들과의 사이에서 딸을 3명 낳았지만 막내는 죽었다.
외할머니 어머니등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먼저 세상을 떴다. 그의 유일한 소망은 흥행단을 탈출하는것과 남은 딸들을 훌륭히 교육시키는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그것을 해냈다.
그의 삶이 위대하다는것은 그가 겪은 고통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역경이야말로 은총』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의 불굴의 삶을 소개한 책들이 생전과 사후에 여러 권 나와 일본인을 감동시켰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본질을 깨우쳐주는 구도자였다.
말년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떤 계획과 의도도 없이 모든것을 부처님께 의탁한다」(자연법이)는 법어를 깨닫고는 다시 그 지긋지긋한 흥행단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나카무라는 딸에게 시신을 대학병원에 해부용으로 기부해 달라고 당부하고 71세로 타계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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