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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정과 개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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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정과 개혁(사설)

입력
199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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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호선농협중앙회장이 구속됐다. 3억6천4백여만원의 변칙비자금을 조성, 자의적으로 사용해 업무상횡령을 했다는 혐의다. 전국 1천4백명의 조합장이 직선한 중앙회장이 임기만료 20여일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전격 구속됐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UR로 농민들이 실의와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농민의 이익을 위한 농협의 최고책임자가 비리혐의로 구속된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의 전격 구속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검찰은 비리 차원의 수사를 강조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표적 사정이 아니냐는 시중의 의혹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회장은 작년말 UR협상과정에서 돌출행동으로 정부와 마찰을 빚었고 이에 정부당국자가 오는 23일의 회장선거에 불출마를 종용했으나 불응했다는 소문이 나돈 끝이라 괘씸죄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 사건의 전모와 진상을 철저하고 공정하게 파헤쳐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밝힌 한회장의 혐의사실만 가지고도 이번 사건이 농민의 권익을 위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농협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회장의 개인비리뿐 아니라 농협의 구조적 비리전반에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는 검찰의 수사방향이 그것을 말해준다.

 농협이 정말 농민을 위해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혁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농협이 농업과 농민을 위한 본래 기능을 외면하다시피 하면서 농협직원을 위한 조직이 돼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린것은 벌써 오래다.

 한회장의 재임6년동안에만도 규모가 엄청나게 비대해졌다. 그가 취임했던 88년 농협의 임직원은 4만9천여명에서 지난해말 6만6천7백명으로 무려 35.5%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가인구는 7백27만명에서 5백40만명으로 25.6%가 감소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던 때에도 농협은 공룡처럼 비대해져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난이 잇달았다.

 그러면서 하는 일은 금융과 공제사업등으로 돈벌이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해서  한해 2백억원이 넘는 이득을 내고서도 단위조합지원에 사용한 돈이 1억6천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임원퇴직금으로 적립했다니 어찌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 할 것인가.

 농산물유통사업으로 농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도 못했고 도시물가안정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아 왔다.

 농민의 의사를 직접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단위조합장직선제도 과열과 금품수수등의 타락선거로 농협의 전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농협은 이제 비대한 조직과 방만한 경영 그리고 관료적인 체질을 과감히 떨어버리고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다.UR이후 농촌의 활로를 타개해 나가는데는 농민단체 자신이 앞장서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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