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끝장” 두뇌·정보싸움 치열/철저 능력위주… 연봉1백만불 30대 수두룩 아침 6시40분께 뉴욕 다운타운의 「파이낸셜 센터」는 수만명의 젊은 화이트칼라들이 모여드는 모습으로 잠시 장관을 이룬다. 월가의 공식적인 하루는 상오 9시부터 시작되지만 7시면 벌써 거리는 출근자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클리포드 추(35·중국계 2세)는 미국 굴지의 증권회사인 리만 브러더스에서 아시아계 기업을 맡고 있다. 시카고대학 경영대를 졸업한후 체이스맨해턴은행에서 잠시 근무하다 85년 월가에 들어왔다. 그는 「연금과 투자」라는 잡지가 선정한 「월가의 떠오르는 별 30인」중 하나에 끼일 정도로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다. 추의 공식업무는 상오 9시부터지만 실질적으로 사무실에 도착한 상오 7시15분에 일이 시작된다.
월가사람들은 순간순간 최신정보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에 추는 출근하자마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닛케이뉴스서비스를 30여분동안 훑는다. 그리고 7시45분에 30여분간 마케팅회의에 참석하고 그후부터는 가장 중요한 일인 고객과의 접촉이 시작된다. 한국기업을 포함한 1백50여개 아시아계 기업이 추의 고객이다.
○투자의 혼재꼽혀
추는 그날의 이자율동향과 그에 따른 의견을 고객에게 제시해야 한다. 추는 전화통을 잡고 상오내내 대화를 한다. 필요하면 고객에게 달려간다. 고객과의 점심약속은 추의 중요한 일과이다. 전화와 대화와 점심은 추의 중요한 영업전략이다. 추는 고객들과의 통화를 위해 하오 5시이후에 전화를 건다. 그때가 고객들이 비교적 한가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시간은 8시가 지나서이다. 그는 하루 13시간을 일한다.
월가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미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주요기업들이 월가의 자금순환을 타고 성장하거나 생존해 간다. 더욱이 월가는 자금만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정보가 숨가쁘게 순환되고 있다. 미국의 명문대학을 나온 수많은 젊은이들이 월가의 이같은 가변성에 도전한다. 그들은 정보싸움, 두뇌싸움, 체력싸움을 치열하게 벌여야 한다. 증권회사에서 4년째 근무한다는 유진 오쉐아(26)는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 일한다』고 말한다.
월가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일할뿐 아니라 직업적 압박감을 많이 받는다. 추같이 마케팅을 맡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채권이나 증권을 팔고 사는 증권사의 딜러와 세일즈맨들은 시장이 열리는 동안 순간적인 판단과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속에 산다.
○하루15시간근무
월가의 어느 증권사나 그 본부의 핵심부에는 커다란 거래매장이 있다. 딜러나 세일즈맨들은 책상앞에 놓인 7, 8개의 스크린에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와 정보를 보면서 보통 2대의 전화를 한꺼번에 들고 외쳐댄다. 키티 피바디 증권사에서 채권세일즈맨으로 근무하는 한국계 박성원씨(30)는 『체력과 빠른 두뇌회전은 물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월가사람, 특히 매장에 근무하는 딜러나 세일즈맨은 젊은이들이 독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명문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월가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능력에 따라 보수가 보통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가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보수가 얼마인지 얘기하지 않는다.
한 한국계 2세인 증권회사 직원은 『대학원졸업하고 증권회사에 갓 취직한 사람이 연봉이 5만달러정도로 보면 맞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는 철저히 개인능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보수 “천차만별”
월가에서는 철저히 능력과 실적위주로 개인의 가치가 저울질된다. 실적이란 회사에의 기여도이다. 실적은 보너스로 보상된다. 보너스는 천장이 없다. 보너스를 못받는 사람은 냉혹하게 도태된다. 한 증권회사 직원은 『월가는 적자생존의 다윈주의가 철저히 적용되는 인간사회』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봉급액이 15만달러인 전형적인 「인베스트 뱅커」의 93년도 보너스가 90만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증권회사마다 1백만달러를 받는 30대가 수두룩하다. 증권회사마다 소문난 「슈퍼스타」가 몇명씩은 있다. 이들은 수백만달러의 보수를 올린다.
90년대의 월가의 경쟁은 80년대와는 다르다. 세계화와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월가는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월가는 세계화에 가장 민감하게 앞서가고 있다.
◎월가의 한국인들/2백여명 활동… 대부분 이민 1.5∼2세
월가에는 적잖은 한국계 젊은이들이 진출해 있다. 정확한 한국인 숫자는 알 수 없으나 약 2백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어릴때 이민 온 1.5세대이거나 이민 2세로 영어를 모국어 정도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올해 27세인 진재욱씨도 월가에 인생을 걸고 있는 한국계 젊은이중 한사람. 고등학교 1학년때 이민 온 그는 버지니아대학(UVA)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머크제약회사의 심장병약 세일즈맨으로 1년간 일하다가 미국의 6대증권회사의 하나인 리만 브러더스에 입사했다. 2년의 한국지사 근무후 현재 리만 브러더스의 본사에서 증권동향분석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분석요원은 월가 젊은이들이 입사후 2∼3년간 견뎌야 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풋내기 생활이다. 기업과 상담을 하는 상사(보통 부장급)가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지원해 줘야 한다. 진씨는 일주일에 1백20시간이상 일하고 2, 3일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그는 『서울에 근무할때 밤을 새우며 뉴욕과 8시간 전화회의를 한적이 있다』며『일에 도전과 재미를 못느낀다면 견디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진씨는 『월가의 관심이 부쩍 아시아로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는 「세계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곳이다. 진씨는 출근하자마자 스크린을 통해 한국과 관련된 정보에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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