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3저라는 유리한 경제환경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80년대 후반 이른바 「단군이래 호황」을 구가하게 했던 3저호재의 호기를 다시 맞이하고 있는것이다. 지난 9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3저는 우리 경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단계 더 차원 높게 도약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신3저 이용기회
경제회생을 가장 중요한 선거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던 정부로서는 다행스럽게도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구3저 때 7%대이던 국제금리(라이보 3개월 기준)는 지금 3%대가 됐고 배럴당 14∼17달러이던 국제유가는 14∼16달러, 1백20엔대이던 달러환율은 1백10엔대가 돼 그 때 보다 오히려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재도약의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런 가능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것 같다.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물가가 오르고 투기조짐까지 나타나 80년대 중반까지 수십년을 두고 앓아 왔던 후진국형 고질적 병증이 그대로 도지고 있는 형국이다. 수출이 시원스럽게 늘어나고 있는것도 아니고 성장이 크게 잘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성장의 후유증이라 해야 할 적자와 물가만 부담스럽게 부각되고 있는것이다.
올들어 2개월동안 쌀과 라면 택시료등 기본생필품을 중심으로 생활물가가 3.9%나 올랐다는 것은 범상하게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피부물가 두자리
지수물가로만 따져봐도 십수년래의 기록이라 할 만한 「폭등」현상에 가깝고 장바구니를 통해 주부들이 느끼고 있는 피부물가는 이미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하고있는지가 오래다. 정부가 15개부처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투기방지책을 논의하고 국세청이 투기예방을 위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한데서 알 수 있듯이 부동산도 이미 심상찮은 투기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3저때는 한자리수 물가에 연속 3년 두자리수 성장을 했다. 1백억달러가 넘을 때까지 계속해서 국제수지도 흑자를 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같은 3저호재를 활용하는데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나고 있다. 물가도 못잡고 성장도 못하고 흑자도 못내면서 어렵게 맞이하게 된 호기를 그냥 놓쳐버리고 있는것이다.
요즘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금리 임금 지가등 경쟁력의 기본골조에서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거품만 부글거리는 불길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데 대해 지금 쯤은 한번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것 같다. 바깥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우물안 개구리 처럼 내부문제에만 골몰해서 아까운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있는것이 아닌지, 달리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 한 결과가 이렇게 된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런 정도라도 된게 잘됐다는것인지 진지한 자문이 있어야 겠다는것이다.
물가를 놓치면 모든 걸 잃게 된다. 물가가 오른 나라치고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고 선진국이 된 나라치고 물가를 안정시키지 않았던 나라가 없다. 인플레가 만병의 근원이라는것은 남미국가들의 경험에서 교과서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 만병근원
지난 89년 이후 성장우선에서 안정으로, 안정에서 다시 성장우선으로 정책이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우리경제는 많은 희생을 치렀다. 새정부 출범전 고통스런 긴축으로 다져놓았던 안정의 기반이 신경제 1백일 계획으로 망가진이후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신3저의 호기를 잘 활용해서 물가 하나라도 확실하게 건져두는것이 현명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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