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노조의 「준법운행」을 둘러싼 시비를 지켜보면서 「공자 말씀」이란 문자가 생각났다. 현실적 타당성이 적은 명분론을 비아냥거릴 때 흔히 쓰지만 원래는 백번 지당한 논리를 지칭한다는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공자 말씀」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우리 사회의 관행이다.
시내버스의 「준법운행」은 이번 노사분규에서 처음 나온 말이 아니다.
지난달 3일 서울시는 「서울정도 6백년」과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신호위반·부당추월·차선위반·과로운전·과속운전등의 이른바 「5가지 안하기」를 골자로 한 준법운행을 할것을 시내버스사업조합에 통보했다. 15일부터 생활개혁차원에서 철저히 지도단속하겠다는 으름장도 덧붙였다.
이에 호응, 서울시내 89개 버스회사 간부 2백여명은 지난달7일 「서비스 개선다짐대회」를 갖고 『사업주가 손해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5가지 안하기운동에 적극 참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2일에는 시내버스노조 대표 70여명도 「5가지 안하기운동」에 적극 참여할것을 결의, 감독관청과 노사 모두가 「준법운행」을 한 목소리로 외친 셈이 됐다.
그런데 「준법운행」은 노조측의 임금협상수단으로 비로소 실행에 옮겨졌다. 시민들이 교통혼잡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측은 『준법운행이 말처럼 쉬우냐』며 별 타격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는 「준법운행」의 영향을 매일 점검하면서 여론의 동향만을 살피고 있는 듯하다. 「늑장운행」「지연운행」등의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준법운행」을 외친 이른바 노사정의 일치된 목소리는 그야말로 「공자 말씀」이었던것이다. 듣는 사람은 물론 말하는 이조차 스스로 믿지 않는 말만으로 대중교통과 시민의 안전을 맡아온것이다.
「준법운행」 시비를 노사문제가 아닌 본래의 준법운행 차원으로 옮겨 시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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