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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시인 기형도 추모집 나온다/미발표작·고인추억 담은 산문등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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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시인 기형도 추모집 나온다/미발표작·고인추억 담은 산문등 수록

입력
199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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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간)이란 시집 한 권을 남기고 89년에 요절한 고 기형도의 5주기를 맞아 추모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솔간)가 준비되고 있다. 추모집은 29세로 세상을 뜬 그를 그리워하는 연세대 동문 이영준 성석제 원재길 등이 주축이 돼 꾸몄다. 추모집은 고인에 대한 추억을 모티브로 그의 이미지에 가까운 시, 소설, 산문 등을 모으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가을 무덤」등 기형도의 미발표시 16편과 원재길 신경숙의 소설, 황동규 정현종 오규원의 시가 실린다. 남진우가 평론 「숲으로 된 푸른 성숙」, 장정일이 산문 「기억할 만한 질주, 혹은 용기」를 썼다. 성석제는 기형도의 삶을 연대기로 정리했다.

 이들의 글은 독자적인 문학작품이면서도 기형도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여기 실릴 신경숙의 단편소설 「빈집」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라는 고인의 시 「빈집」을 화두로 삼아 한 여인을 추억하는 남자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문우들은 5주기가 되는 3월 6일 경기 안성에 있는 그의 묘지에 이 추모집을 바친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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