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제의 무시 「계산된 전략」 판단/3단계 회담 일정과 연계 미와 시각차 북한측이 1일로 예정됐던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제4차 실무대표접촉을 3일로 연기시킴에 따라 지난 26일 핵사찰에 관한 미북 합의사항들이 이행 첫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8일 북한측에 전통문을 보내면서 회담제의일을 바로 다음 날인 1일로 촉박하게 정한 것은 바로 뉴욕에서의 합의사항을 준수키 위한 것이었다. 이른바 작은 일괄타결(SMALL PACKAGE DEAL)이라고 불려온 이 합의는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시작됨과 동시에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재개되며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 및 ▲미북 3단계 회담을 21일 제네바에서 개최한다는 사실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TS훈련의 중지발표는 우리 정부가 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간의 합의사항이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1일중 판문점에서 실무접촉을 시작한 다음 국방부에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이 회담재개날짜를 연기시킴에 따라 정부는 TS훈련중지발표를 함께 순연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다시 북한측이 우리측에 대해 합의사항(TS훈련중지 발표)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재개될 남북대화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밀접하게 연계된 합의사항들이 자칫 이행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통일부총리 주재로 긴급히 소집된 통일관계장관전략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로서는 북한측이 남북특사교환과 관련,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미국에 대해 미북 3단계 회담의 발표일정도 함께 지연토록 요구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틀이라는 작은 날짜 차이로 야기되는 갈등 때문에 우리측이 발표지연을 요구할 경우 미국측도 이에대한 발표를 늦출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왜 접촉일정을 이틀 연기했는가에 대해서는 「북한측이 뉴욕접촉에서의 합의를 해석하는데 한미측과 차이가 있다」 또는 「고의적인 회담전략이다」는 등 두갈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관영 중앙방송은 지난달 28일 보도를 통해 미북 합의전문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방송에서 북한은 『조선과 미합중국이 94년 3월1일 4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남북대화부분에 대해서는 『북남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에서 재개된다』고 표현했다.
북한이 해석하는 「조치」는 실제로 판문점에서 대좌, 접촉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을 위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주장될 수 있다. 북한은 1일중 『실무대표접촉을 재개하자는데 대한 귀측의 제의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대남전통문을 보냈으므로 미국측과 합의한 「조치」를 이행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TS훈련중지발표를 연기한 우리측이 도리어 합의사항이행을 어겼고 『미북간의 합의사항이행을 한국측이 방해하고 있다』는 공세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우리당국의 우려다.
이같은 북한의 자세가 단순히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계산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받아들이기 싫었던 남북특사교환협상의 진전을 임의로 교착시키기 위해 고의로 날짜를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미북 합의와는 별도로 우리측이 북한측에 대해 직접 보낸 제의가 북측에 의해 무시됐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1일 일단 북한측이 미북합의사항을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사항 원문에는 해석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날짜지연으로 합의사항 전반을 깨뜨릴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전통문내용 등으로 볼 때 북한이 특사교환을 일단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같다』면서 『특히 과거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던 핵전쟁연습중지와 국제공조체제포기 등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간주한다는 표현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이 이번 통지문에서 TS훈련을 언급치 않고 화랑과 독수리 93등 다른 군사훈련들을 언급하기 시작한 점으로 미루어 실무접촉의 조기타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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