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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때아닌 「여론조사 파문」/조기전대·지도체제 평가 등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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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때아닌 「여론조사 파문」/조기전대·지도체제 평가 등 미묘

입력
199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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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 “정치조작” 격한 반응 임시국회가 끝나는대로 조기전당대회 개최문제를 매듭짓기위해 민주당내 각 계파가 입장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여론조사기관이 민주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하고있는 여론조사가 당내에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문제의 여론조사는 정치광고 전문회사인 (주)유포래드사가 1주일 전부터 민주당 대의원 5천6백명을 대상으로 실시중인데 현지도체제에 대한 평가와 조기전당대회를 겨냥한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있다. 

 이 여론조사 내용을 놓고 이기택대표를 비롯,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특정 결과를 도출해내기위한 정치적 조작』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있다.

 아직까지 당내 어떤 인사가 이 여론조사를 주도하고있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져 있지않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조기전당대회를 제기해왔던 당내 비주류쪽의 작품이라는 추측이 유력시되고있으며 실제로 특정인사의 이름도 거론되고있다.

 설문내용을 분석해보면 이 여론조사에  함축된 의도가 잘 드러난다. 설문중에는 조기전당대회를 전제로 해서 전당대회의 시기와 바람직한 지도체제형태및 그 선출방식등 세부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대표와 8명의 최고위원들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묻는 항목도 있다. 이 부분은 최고위원들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전대표인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장래거취를 묻는 설문도 민감한 파장을 일으키고있다. 이 항목은 김전대표의 장래거취에대해「적절한 시기에 정계에 복귀해야한다」「정계에 복귀하기보다는 2선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었으면 좋겠다」「실질적으로 정계에서 은퇴해야한다」는 3개의 응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근 정치와 거리를 유지하려는 김이사장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문제와 관련,지난달 28일 긴급소집된 최고위원회의는『민주당을 음해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하고 유포래드사에 여론조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대의원들에게 설문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우리당을 음해하는 것』(김원기)『설문서 내용은 사기다』(유준상)『외부세력의 소행이라고 볼수밖에 없을 만큼 악의적』(조세형)『다수의 대의원에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당을 분열시키는 일』(이부영)등의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민주당은 이 문제를 계속 들춰내봐야 당에 이로울게 없다는 판단이어서 여론조사를 중단시키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이대표가『당내 인사가 간여되어 있다면 묵과할 수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있고 최고위원들가운데『구체적으로 누가 했는지 드러나면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한광옥)이라는 입장도 있어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이 여론조사는 조기전당대회의 명분을 뒷받침하고 당내 분위기를 조기전당대회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지만 이번 파문으로 조기전당대회 명분을 손상시킴으로써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아졌다.

 더욱이 당내 최대 계보인 내외문제연구회(구 동교동계)가 5일 정기총회에서 조기전당대회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이대표의 사조직인 통일산하회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역시 같은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민주당 조기전당대회론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갈 공산이 커지고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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