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15%, 코오롱 14%…. 전경련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정치권의 개입없이 모처럼 「홀로서기」를 해보인 재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결과에 대해서는『간신히 아귀만 맞춘 셈』이라고들 말한다. 체신부가 얼룩진 거울을 건네주며 깨끗이 닦아 달라고 했더니 밀고 당기다가 깨뜨리고 나서 성급히 이만 맞춘 모양새라는 것이다.
어렵게 결론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전경련의 이번 결정에는 실망스런 점이 적지 않다. 자율합의의 이면에는 재계의 명예를 건 땀이 배어 있지만 갈등과 한계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원칙도 없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가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고 결국 15대14라는 애매한 수치로 타협을 본것이다.
포철을 지배주주로 선정한데는 전경련의 자기철학부재가 한몫을 했다. 2통탄생배경인 민영화와 경쟁력강화 취지는 뒷전에 둔채 여론의 화살을 피하고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눌러앉은 격이다. 주인없는 기업으로서의 포철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것이며 포철이 민영화될 경우 누가 2통의 최종 주인이 되는 것인가. 경영의 안정과 효율성은 1%차로도 가능한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15대14는 포철에는 어정쩡한 승전고이되 코오롱에는 「용퇴」의 대가다. 잡음도 피하고 코오롱의 반발도 무마하는 카드인 셈이다. 통신산업의 장래보다는 단결된 재계이미지와 타협에 무게를 실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5대14는 다른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론이 무서워 잠시 포철에 큰떡을 맡겼으나 포철이 민영화될 때면 코오롱에 다시 한번 지배주주가 되는 기회가 주어지리라는 관측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전경련의 진실은 이렇게 의심받고 있는 대목도 있다.
2통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손을 맞잡은 전경련·포철·코오롱대표 3인의 표정에서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2개월의 진통끝에 얻어낸 15대14라는 수치가 합리적인 결론인지 「꿰맞춘 거울조각」인지는 2통의 장래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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