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아니다” 본때 보이기/러시아개입에 불만표시 시각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8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전투기 4대를 격추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수 있다.
우선 이번 격추사건은 군사력 과시를 통해 23개월간이나 소모적으로 끌어온 보스니아 내전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나토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은 지난 49년 나토가 탄생한 이후 첫 무력행사였다. 서방각국은 유엔이나 다국적군의 기치 아래 각종 전쟁에 참가한 적은 있으나 나토의 이름으로 전투행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보스니아내전을 조기종식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나토가 세르비아계에 대한 무력사용을 처음 시사한 것은 지난해 8월 무렵이었으나 「위협의 목소리」만 높였을 뿐 실제로 공격을 단행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월초 사라예보중심가에 가해진 세르비아계측의 포격으로 인해 나토의 여론은 「주전론」쪽으로 기울었다.
나토는 공습최후시한(2월21일)을 세르비아계에 통첩할 당시부터 이미 「선공격 후협상」을 기본전략개념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먼저 때린뒤 평화협상을 진척시키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나토는 공격기회를 기다리다 이번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나토관계자들은 격추이유와 관련, 세르비아계기들이 유엔 안보리결의안 816호가 규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이유에 불과하다.
세르비아계등 내전 각 파벌들은 헬리콥터나 비무장 수송기등으로 군병력과 군수물자를 운반하면서 1천4백여차례 이상 비행금지규정을 어겨왔다. 그러나 나토는 즉각 응징하지않고 1년이상 결정적인 기회를 노려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격추사건은 나토의 「공격적인」 내전종식 시도의 출발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세르비아계기 격추사건이 갖는 또다른 의미는 탈냉전시대를 맞아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나토가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해보였다는 점이다.
나토는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의 전력을 아드리아해등 보스니아 주변에 배치하고 있었음에도 보스니아사태 해결에 별다른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 이때문에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는 굴욕적인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나토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군사조직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증명했고 탈냉전 이후에도 존속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격추사건이 보스니아내전을 확대일로로 몰아갈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외교적 관점에서 보면 나토의 이같은 군사행동은 보스니아 분쟁의 평화적 해결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은 세르비아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적어도 정면대응이나 보복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르비아계가 이미 원하는 만큼의 영토를 확보, 더이상 확전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이번 본때 보이기용 공격을 계기로 본래 의도했던 효과를 얻어내며 보스니아 내전종식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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