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도 5백만 넘을듯/기술은 걸음마수준… 홀로서기가 숙제 『이동통신이 뭐길래…』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을 둘러싸고 정권을 넘겨가며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재벌들이 진흙탕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이런 의문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은 84년 우리나라에 차량전화(카폰)가 처음 보급된 이후 지금까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2000년대 정보화시대가 본격 개막되면 시장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첨단기술 서비스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차량전화 휴대전화 삐삐로 잘 알려진 한국이동통신은 92 회계연도에서 매출 2천5백83억원, 당기순이익 4백86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이 무려 18.8%다. 같은 해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률은 경기침체를 반영, 평균 0.9%에 그쳤다.
서비스업인 통신사업을 제조업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대충 따져봐도 20배이상의 「황금알」을 낳는 장사임엔 틀림없다. 이제는 선경그룹에 넘겨진 한국이동통신(1통)은 90∼92년 3년만에 매출 2.6배, 당기순이익 1.5배씩 늘어나 속된 말로 「돈을 퍼담는듯한」실적을 만끽했다.
이같은 호황은 이동통신 수요의 폭발적 증가추세에도 잘 나타난다. 85년 겨우 4천7백명에 그친 이동전화가입자 수가 92년 27만2천명으로 58배나 늘어났다. 삐삐까지 포함하면 1백배이상 수요가 늘어났다. 체신부는 92년말 2통입찰과정에서 이동전화 수요가 98년 3백만명, 2001년엔 5백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는 오는 2000년 국내 이통산업 시장규모가 줄잡아 2조5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에 새로 뛰어들려면 96년까지 최소 7천억∼1조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초기 몇년간 수천억원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국내 대재벌들이 결코 모를 리 없다. 「노다지」가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체면을 갖추라는 주문은 차라리 여론이 국내재벌의 역량을 너무 높이 평가한 결과일지 모른다.
선경그룹은 체신부가 1통주식을 증시의 당일시세로 매겨 파는 바람에 2천억원이면 충분할 매입자금이 4천억원이상 먹혔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생리상 손해볼 일에 절대 뛰어들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사업이 그만큼 구미당기는 장사임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광받는 「정보화시대의 총아」인 이동통신사업은 이제 선경―1통 포철―2통 구도로 확정됐다. 그러나 어느 그룹이 맡건 국내업체가 이통사업에서 헤쳐가야 할 과제는 산처럼 쌓여 있다. 이동전화의 교환국과 무선기지국등 소위 시스템설비부문에서 설비국산화율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한국이동통신은 84∼91년 1천8백억원어치의 설비를 AT&T 모터롤러등 외국업체로부터 수입했다. 전화기는 삼성전자 금성통신등이 국산화율 30%미만의 조립품을 뒤늦게 내놨으나 미국 모터롤러사가 국내시장의 63%를 이미 점유한 실정이다.
이통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국내 전자업계는 어느 그룹이건 설비·단말기의 수입대체, 기술개발등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홀로서기」를 선도할 추진력을 갖춘 기업에 낙점되기를 기대한 배경도 바로 이때문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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