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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일본인/박찬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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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일본인/박찬식(메아리)

입력
199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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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의 유민이 발해를 건국했다면 일본은 가야와 백제의 유민이 만든 나라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백제문화의 우수성은 얼마전 부여에서 출토된「금동롱봉봉래산향로」에 의해 증명됐고, 이를 계기로「잃어버린 왕국」백제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부쩍 활발해졌다.  한민족이 몽고지방으로부터 이동해 와 한반도에 정착할 때 가장 들이 넓고 비옥한 기호지방을 제일 힘세고 문화가 앞선 부족이 차지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앞선 문화수준은 이미 오래전에 무령왕릉 발굴을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 있지만, 금동향로를 본 고고학계 인사들은 삼국통일후 말살된 백제문화가 얼마나 융성한 것이었는지 그 전모를 살피기 위한 발굴과 연구가 당장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흥분하고 있다.

 일본이 기회있을 때마다 한반도를 침입하고 한국인을 괴롭혀 온것은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뿌리깊은 원한과 콤플렉스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지난해 말「일본인의 한민족에 대한 콤플렉스 2000년」(김홍철 저·집문당 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원광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신라에 멸망당한 가야와 백제의 왕족과 귀족들이 강력한 철기문화와 함께 다수의 유민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 일본땅에 건설한 정복왕조가 일본이며, 바다를 건넌 유민가운데는 한반도의 기존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난 범죄자나 천민,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빈민도 상당부분을 차지했을것이 분명하다고 추론하고 있다.

 일본민족의 구성을 역사적으로 개관하면 90%가까이 한민족의 피가 섞여 있고, 따라서 일본인은 한국인에 대해 본능적인 적대감과 콤플렉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 김씨의 논리다. 참으로 명쾌하지만 한·일간 갈등의 역사를 설명했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지나치게 서둘러 결론을 내려한것 같은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민단)이 오는 3월 정기총회를 열고 민단의 명칭에서「거류」를 뺀 재일본대한민국민단으로 이름을 바꾸는것을 비롯해 규약과 조직을 크게 손질할것으로 알려졌다.「거류」를 명칭에서 삭제한다는 것은 재일동포가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게 처신해왔던 자세를 바로잡아 일본사회 속의 소수민족으로「정주」키로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일본에「도래」한 백제인의 후손이 오늘의 강성한 일본을 만들었다면, 한·일간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는 일은 이제부터「귀화」할 재일동포의 몫이 될것이다. 재일동포를 위한 주일외교관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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