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다양화 현상이 놀랍게 진행되고 있다. 다양화의 함의에 대해서는 일의적으로 설명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의 기호 취향 사고 의견 욕구 능력등이 다양화함에 따라 산업이나 직업 기타 여러가지 사회적 기회 역시 다양해지고 또한 그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회의 기능이 다기화하고 미세하게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같은 사람은 개인의 의견이 많은 갈래로 분열되고 사회가 다양화함에 따라 다수결에의 도달이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다수결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 민주주의원리는 재해석되고 수정되어야 할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 다양화의 정도와 특징은 다른 나라와 다를 수 있으나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사회의 다양화 현상이 급속하게 확산되어 나갈 것만은 틀림없는 추세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필연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하나는 이러한 다양화 경향에 대한 수용과 개별적 충족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국가나 사회라는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집단생산성 유지 향상을 위한 조정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과제의 해결은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 하나는 다양화한 국민선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확대는 중요한 한 사례이다. 자주 논의되는 교육제도의 다양화 역시 그 한 사례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제도교육의 단선적 체제는 국민의 교육기회를 크게 제한하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시기선택과 재질·취향에 따른 분야 및 단계선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외국어고등학교들이 유수대학 입학의 최고명문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설립목표가 전도된 느낌이다. 외국어학교는 외국어실업학교로서의 설립목적에 충실할 때 그 설립의의를 갖게 된다. 감독관청과 학교당국은 하루빨리 원래의 설립목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예술계 대학의 경우도 종합대학교 체제 속의 예술계 단과대학이 갖는 제약성, 예컨대 입학시험에서 실기능력에 일반 학과능력도 상당한 비중을 고려해야 하는 등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실기위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구미의 컨서버토리 체제와 같은 학교를 많이 설치하는 등으로 예술계 고등교육을 복선화해야 할 것이다.
연령적으로도 초중고교·대학의 각 교육단계가 각 단계에 따라 사실상 적령화가 됨으로써 개인의 의사와 형편에 따른 교육시기 선택이 크게 제약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방송통신대학 개방대학 독학학위제 등의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보며 계속교육 평생교육, 여러 가지 형태의 직무교육 등이 더욱 신장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재질과 취향에 따른, 그리고 연령을 초월한 교육기회가 다양하게 확대된다면, 국민의 특정한 재질과 취향 연령에 따른 자질이 사장되지 않고 계발된다면 국가나 사회발전을 위해 모두 능력화하여 국가생산성을 극대화해줄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은 국민생활이나 경제활동의 자율화 폭을 확대하여 국민의 자율적 노력과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해줌으로써 국가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예컨대 최근에 자주 제기되고 있는 기업활동에 대한 제규제완화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초기 경제개발단계에서는 일정한 투자구조 내지 산업구조 유도를 위한 지원과 정책목적 지향을 위한 기업활동규제가 경제개발효과를 조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경제발전에 따라 기업능력이 강화됨으로써 이에 상응한 규제완화에 의해서 기업의 창의성과 경쟁관계에 일임하는 편이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제한된 불가피한 규제 이외에는 과감한 규제완화에 의해서 기업들의 다양한 창의성에 바탕을 둔 자율적 자위적 경쟁력을 갖게 함으로써 기업사회 전체의 체질 강화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다른 부문의 제규제완화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인식되어야 할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셋째는 전체 목적을 위한 다양성의 통일 조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이다. 그 사례로 경제사회에서의 공정거래 실현을 위한 정부활동,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법제도의 운영등을 들 수 있다. 공동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국민의 개별적 의사를 제한하면서, 다양한 의사를 하나의 의사로 통일하는 장치를 설정하는데 있어서는 객관적이고 높은 공정성을 지닌 잣대를 제시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긍정적인 수용을 얻게 된다.
사회의 다양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담아줄 장치를 제공해 주어야 할 부문, 규제를 완화해서 자율을 보장해 주어야 할 부문 그리고 다양성을 제한하며 집단의 목적을 위해서 단일의사로 통일해야 할 부문을 엄별해서 그것을 조속히 확보토록 함으로써 국가생산성 내지 집단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것이 곧 최근에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된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