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사이비종교의 비리로 규탄해온 한 종교연구가가 괴한의 흉기에 쓰러진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이를 계기로 사이비종교의 문제가 여러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종교비슷한데 아니라고 해서 사이비종교니 유사종교니 말하지만 그런 종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비슷하지만 아니면 그건 이미 종교가 아니다. 그런것은 종교의 탈을 쓴 기업, 종교를 위장한 범죄집단, 혹은 환자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인권과 가족과 사회의 평화를 깨뜨리는 한 집단의 비리나 불법행위는 과감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규탄하여 사기꾼이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이비」가 많다. 사이비 치료사, 사이비 기관원, 사이비 정치인―진짜와 가짜 중간에 있으니 감별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사이비성향」을 따지자면 모든 방면에 전염병처럼 퍼져있다. 그것은 전문직에 대한 인식이 아직 희박하고 모두가 다 전문가 행세를 하고자 하는 의욕만 높은데다가 매사에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진짜」를 키우고 대우하지 않은 과거의 정치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사이비종교의 경우, 그 특성상 세속적 권력과 금력과의 야합으로 그 창궐을 오히려 당국이 방임 조장해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다룰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사이비종교적성향」을 바로 대중매체의 문제파악 방법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이비종교성향」이란 한마디로 우리나라 매스컴의 숙명적인 「감각적선동성향」에 다름아니다. 여기에는 흑백판단, 획일적낙인, 과장이라는 광신집단이 보통 나타내는 몇가지 성향이 포함된다. 개별적인 특성, 즉 개성 소수 예외, 문제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이런 성향때문에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사이비종교성향」은 어디에나 있다.
예컨대 다소의 「마술성」, 즉 사이비종교성은 모든 고등종교에도 있다. 맹목적인 믿음이 일으키는 흑백판단, 선민의식, 독선, 오만,―「진짜종교」에 어울리지 않는 맹점을 고등종교도 짊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이비종교」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원래 「호모렐리기오수스」(종교적 인류)이다. 종교적체험을 하도록 되어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있어 누미노제(신성한 힘)의 체험은 공기와 같이 필수적인 것으로 이 충동을 박탈할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지나치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신과 접촉하려는 욕구가 크다. 신학교의 난립, 많은 교육을 받지않고도 하느님의 매개자인 목사가 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뇌하며 회의와 반성과 자기성찰을 거치지 않고 즉흥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적 흥분에 사로잡히기를 좋아한다.
소위 사이비종교의 특성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엑스타제 도취성향과 「상징의 구체성」이다. 영생이란 육신이 죽지않는 것이고 부활 또한 육체적인 것이며 종말론은 구체적 시간으로 명시되며 「은혜」는 곧 피부로 느끼는 보상이다.
생각하는 힘이 약한 사람들이거나 너무 합리적이어서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지식인들이 광신자가 되고 평소같으면 믿지 못했을 각종 사이비 신앙치료법에 매달린다.
우리 인간은 저마다 무의식속에 「신의 상을 지니고 있다. 신이 우주의 어디 먼곳에 존재하는지 않는지를 심리학의 입장에서 증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형이상학의 과제이다. 그러나 칼 구스타브 융의 분석심리학적 가설에 의하면 인간들이 신에 관해서 상상하고 있는 모든 특성이 하나의 원초적 콤플렉스로 인간의 무의식의 깊은 층에서 발견된다. 그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것은 고등종교의 「구원자」 「각자」의 상에 해당되는 원형상으로서 자기원형상이다. 그것은 통일과 치유의 상징이다.
종교체험이란 신상들, 즉 원형상징의 체험이다. 이 상징들은 집단적무의식의 내용으로서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일단 무의식의 원형상들이 동원되면 급속히 여러 사람들의 의식계에 전염되어 강렬한 집단적흥분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자기원형상은 빛과 어둠을 포괄한 전일자이므로 이것의 밝은 면이 외부의 어떤 인물에 투사되면 그는 이세상에 둘도 없는 창조적인 초인으로 비쳐질 것이나 그 초인의 상은 언제고 파괴의 화신으로 바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자기원형상의 영향으로 자아의 팽창을 일으키면 그는 스스로 초능력을 갖춘 신이 된 듯이 착각한다.신흥종교든, 고등종교든, 사이비종교든, 심지어 정치지도자와 국민의 관계에서든 어디에서나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다. 자기안의 「마귀」를 못보게 된 사람이 밖에서 「마귀」를 찾는가 하면 신도들의 투사를 받고 신의 행세를 하게 된다.
이러한 맹목적(무의식적)인 신상의 체험은 그 모두가 병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매우 미숙한 현상으로 광신과 비리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자기원형의 체험이 진정으로 자각된 인식, 성숙한 종교체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종교성」의 회복이 필요하다.「덮어놓고 믿는」 종교에서 「생각하는」 종교, 「인식하는」 종교로, 그러나 차가운 이성의 종교가 아닌 풍성한 상징으로 인간마음의 뿌리와 연결케하는 종교, 그 상징의 의미가 인간의 지성을 넘는 깊고도 오묘한 것임을 인식하게 하는 종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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