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보혁대결 재연조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보혁대결 재연조짐

입력
1994.02.28 00:00
0 0

◎보수파거물 석방 “정국기류 미묘”/옐친 명분·실리타격… 돌파구관심 보리스 옐친의 정적인 알렉산드르 루츠코이전부통령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전최고회의의장이 26일 석방됨으로써 러시아정국이 다시 위기국면에 빠지게 됐다.

 옐친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무력을 동원,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끝에 최고회의(의회)를 강제해산하고 이들을 투옥한뒤 총선과 국민투표를 통해 새 의회를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급진개혁파가 패배하고 극우 민족주의세력과 공산당이 국가두마(하원)의 주도권을 장악, 지난23일 옐친의 정적들에 대한 사면결의를 함으로써 마침내 두마의 정면도전이 시작됐다.

 루츠코이등의 석방으로 옐친은 무엇보다 지난해 유혈사태까지 감수하면서 추진했던 정치개혁의 대의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결과를 빚게 됐다.

 옐친은 국민들에게 구의회는 수구세력의 집단이며 루츠코이와 하스불라토프가 러시아의 개혁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를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해왔다. 옐친은 그후 새헌법에서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 권한을 크게 강화했으나 두마가 신헌법의 약점을 간파해 그의 정적을 사면시켜버려 오히려 손해본 셈이 됐다. 옐친은 신헌법부칙에 따라 자신에게 도전하는 두마를 1년내에 해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영웅출신에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루츠코이는 이번에 「정치적 박해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어 오는 96년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의 최대라이벌로 등장하게 됐다.

 과거 국민의 지지와 신임도를 볼때 루츠코이의 영향력은 최근 부상한 극우민족주의자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막강하다. 루츠코이는 우선 옐친의 반대세력인 민족주의 및 중도보수세력들을 결집, 정치권 재진입을 통해 현재의 정국구도를 자신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갈것이 분명하다. 아리 세르게이 바브린등 강경세력이 이끄는 「노동자연맹」등은 벌써부터 루츠코이를 지도자로 영입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체첸출신인 하스불라토프는 비록 출신성분에 약점이 있긴하나 뛰어난 정치감각과 법률지식등 노련미가 넘치는 인물로 향후 정국전개방향에 따라서는 루츠코이의 참모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옐친은 지난24일 발표한 연두교서에서도 볼 수 있듯 구의회해산이전에 루츠코이등이 주장했던 정치·경제 및 외교정책노선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러시아언론들은 옐친이 이같이 정책을 수정할 바에야 차라리 최고 회의를 강제해산시키지 말고 타협하는 편이 나았을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현 러시아정국상황은 지난해 10월 의회를 해산하기이전 상태로 되돌아간 듯하다. 오히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경제정책의 시행착오로 더욱 나빠진 국민들의 생활고등을 감안하면 더 악화됐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옐친으로서는 이들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보다 단호한 자세로 경제난국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결집시키고 급락한 국민의 인기와 신뢰를 다시 회복시키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