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16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한국은 쇼트트랙 선수들의 분전으로 메달과 종합순위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 이어 2대회 연속 비백인국가로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환경올림픽을 주제로 내세운 릴레함메르대회는 자연보존에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스포츠와 환경보호를 연계시키고 한걸음 더 나아가 올림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대회조직위는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을 내놓고 과감한 재정투자로 이를 실천에 옮겨 스포츠와 환경보호를 연계하는 전형을 정립했다. 릴레함메르대회서 시도된 환경보호대책은 ▲철새도래지의 보호를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건설예정지를 변경했고 ▲자연경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암벽을 굴착하여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세계 최초의 동굴경기장으로 세웠으며 ▲바이애슬론의 사격경기총알을 회수장치를 이용, 전량 회수했으며 ▲접시를 비롯한 각종 식기를 먹거나 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감자로 특수제작했고 ▲폐휴지로 쓰레기통을 만들고 표창식서 얼음시상대를 이용한 것등 폭넓고 다양하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종합경기대회 개최에는 경기장을 비롯, 대단위 시설물의 건립이 필수적이어서 자연훼손과 환경파괴에 대한 항의와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릴레함메르올림픽이 환경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대회를 운영함으로써 이제까지는 상충관계였던 스포츠와 환경보호가 협력과 제휴관계로 새롭게 조정되었다. 다음 대회인 98년 제18회 나가노(장야) 동계올림픽을 준비중인 일본과 2000년 제27회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호주도 환경올림픽의 계승발전을 다짐하고 있어 릴레함메르정신은 앞으로 국제올림픽운동의 새로운 기조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직위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릴레함메르의 환경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상주인구 2만3천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산간소움인 릴레함메르에 대회기간중 외지에서 갑자기 몰려든 10만 인파가 북새통을 이루어 호텔의 객실난, 거리의 교통혼잡, 혼탁한 대기오염, 살인적인 물가고에 대한 불평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회기간중 릴레함메르의 주거환경은 사상 최악의 상태였다는 것이다. 자연환경보존에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연파괴와 환경훼손의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여건의 정비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환경보호에 전례없이 노력을 기울였으나 갑작스러운 인구의 폭증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릴레함메르의 체험은 환경문제해결에 있어서 귀중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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