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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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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의 생명은 객관성과 정확성이다. 왜곡과 편견은 실수로라도 용인되지 않는다.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것」이라고 문호 괴테가 말했다. 이 말은 역사를 다룸에 얼마나 준엄해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특히 현대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기록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고 또 살아있는 증인들이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런 탓일까, 우리 현대사에의 접근은 소극적이다. 게다가 지난날엔 정권의 눈치까지 살펴야 했다. 심지어 권력의 자의가 역사기록에 개입한 「혐의」도 농후하다. 현대사를 소재로한 방송프로가 중도하차한 일도 있었다. 이젠 이러한 질곡은 벗어났다. ◆KBS 1TV는 일요일마다 「다큐멘터리극장」을 방영한다. 해방이후 최근까지의 사건과 주인공을 테마로 하고 있다. 오락이나 픽션이 아닌 이런 프로야말로 객관성과 냉정하고 공정한 시각이 요구된다. PD의 판단에 자신이 있는것은 좋으나 자만이 끼어선 안된다. 어느 한쪽을 과장하거나 변명을 시켜도 안되지만 선입견으로 색깔을 칠하는 과오도 극력 경계할 일이다. ◆지난 1월23일에 내보낸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프로는 해방정국의 한 단면을 짚어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에 대해 원로정치인 이철승씨는 기고를 통해 분노와 비탄을 금할 수 없다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익민족진영을 모독하고 진실을 말해야 할 언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만한 논쟁은 기피할 이유가 없다.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당당히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관객의 눈으로 보지 말고 책임 있는 결단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서투른 역사의 접근은 역사를 왜곡시킬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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