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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깐수(내가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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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깐수(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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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화교류의 당당한 역사… 「가족애」엔 한없는 부러움 지금 한국에는 「국제화」라는 큰 폭풍이 몰아치는듯 하다. 살아남는 길은 오직 「국제화」뿐이라는 소리가 높기만 하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과 개방이 「국제화」의 대비책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상야릇하게도 한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한국을 「은둔의 나라」로 여기는 뿌리깊은 인식이 자리잡은 느낌이다. 역사를 전공한 내가 볼 때 한국은 결코 은둔의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은 세계역사 속에서 당당히 동서문화교류의 주체적 역할을 수행한 열린 나라였다.

 내가 이집트 국립박물관등을 뒤져 직접 찾아낸 중세아랍의 문헌을 보면 한국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일찍 그리고 활발하게 서역과 교류해 왔다. 아랍의 지리학자인 이븐 쿠르다지바의 저서 「제도로 및 제왕국지」(845)를 비롯한 10여개 문헌에 「신라」라는 국명이 정확한 아랍발음으로 기록돼 있다. 12세기초 이슬람 지리학의 거장 알 이드리시가 제작한 세계지도에도 신라가 표시돼 있다. 한국은 일찌감치 서역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즘 한국인들은 어느날 갑자기 국제화의 거센 물결속에 휩쓸린 것처럼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역사는 연속이며 필연이다. 단절이나 우연이란 없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의 역사인식은 깊이가 있으나 시야가 다소 좁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주로 유럽문헌에 의존해 세계사속의 한국역사를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결과 적지않은 한국인들이 동·서양간 문화차이를 「선진 서양」 「동양 후진」이란 잣대로 파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84년 학위논문 자료수집을 위해 한국에 발을 디딘 내가 눌러앉게 된것은 우선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이 나를 유혹했고 한국인의 「우쿠워」(형제애)가 나의 마음을 감싸 안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무하마드의 형제애나 공자의 인, 예수의 사랑이나 석가의 자비는 모두 같은 맥락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동·서양이라는 다른 환경속에서 그 해석과 실천은 매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서양문화가 절대적 배타적 원심적 능동적 외형적 논리적 분석적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데 비해 동양문화는 상대적 포괄적 구심적 수동적 내향적 직관적 종합적 관계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조관계를 우열의 관계로 오인하는 것은 단견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15세기의 서양 르네상스가 아닌 21세기 동양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서양르네상스를 대서양시대라고 하면 동양르네상스는 태평양시대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제 동서양의 만남과 나눔, 그리고 그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추세다.그 만남과 나눔이 바로 「국제화」란 조어 속에 함축돼 있다. 그러나 국제화란 어느 일방의 이기적 구호가 아니라 동양이건 서양이건 간에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이다. 국제화는 또 어느 일방에로의 접근이나 동화가 아니라 자주성에 바탕한 동참과 협력이다.

 가장 민족적인것이 가장 국제적인것이라는 말의 참뜻이 여기에 있다.

 어차피 한국인은 한반도에서, 영국인은 잉글랜드에서, 미국인은 아메리카에서 살게 마련이다. 따라서 동은 동, 서는 서라는 입장과 태도는 결코 자폐나 보수가 아니라 보다 알찬 국제화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자중이고 자립이며 진취이니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순리가 아닐까 한다.<필리핀국적 레바논인·단국대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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