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교환 마지못해 수용 역력/북/북 달래며 특별사찰 관철 의도/미 미국의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동아태담당차관보와 북한의 허종 유엔부대사는 25일 하오 늦게 북한핵사찰과 이에 관련된 일련의 문제를 협의한 끝에 3월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입북시키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지난 14일 국제원자력기구에 사찰을 받겠다고 통보해온 이래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12월29일 미·북한 합의원칙을 기초로 사찰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협의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남북한 특사교환문제등을 놓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여오다가 25일 시간에 쫓기듯 양측 실무대표단의 공동발표형식으로 회담을 매듭지었다.
이같은 미·북한협상분위기나 합의문맥과 북한의 태도등으로 미루어 일단 급한대로 IAEA의 핵사찰은 시작되게 됐으나 핵문제 전반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우선 이날 허부대사는 회담후 『미국측이 94년 팀스피리트(TS)훈련을 중지키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TS훈련중지발표는 한미간의 협의에 의해 북한의 핵사찰단을 입북시킬 때 한국측이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북한이 이날 TS훈련중지합의를 일방적으로 밝힌 것은 한국을 미·북한협상에서 제외시키려는 의도적 기습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양해없이 북한이 이런 발표를 했다고 보기 는어렵다.
결국 미국은 3월1일부터 북한으로 하여금 사찰을 받게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형식적인 TS훈련중지 발표를 북한측에 양해해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미국과 북한은 남북특사교환문제를 놓고 상당한 실랑이를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이 특사교환을 제의해올 경우 실무접촉을 개최한다』고 밝혀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가 그대로 수용되어 있다. 이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남북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핵통제위원회 접촉을 하자는 제의는 미·북한핵사찰협상과 남북대화를 분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낳을 수도 있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사실 가장 중요시하는 문제는 고위급회담의 개최여부이다. 북한은 핵카드를 이용하여 미국으로부터 북한체제에 대한 담보를 받고 관계개선과 경제원조등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반면 미국은 3단계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2개의 핵폐기물시설에 대한 사찰을 이행시킨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미·북한고위급회담이래 북한이 이미 신고한 7개의 핵시설에서 더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약속을 검증함으로써 신고시설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핵사찰의 중점을 핵폐기시설사찰에 두고 있다.
미·북한 3차고위급회담은 지금까지 미·북한협상보다도 더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외교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IAEA 역사상 없었던 특별사찰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별사찰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영구복귀라는 카드를 갖고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특별사찰을 받게하는데는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보상은 관계개선과 원조등이다. 그러나 협상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미국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및 한미간을 분리시키려는 북한의 시도등으로 3차 회담에 대한 전망은 더욱 점치기 어렵다.【뉴욕=김수종특파원】
□북 발표문 요지
미국측은 올해 팀스피리트(TS)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키로 하는데 합의했다. 미국은 또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회담(남북 핵통제위를 의미)을 재개하는 것을 지지했다.
우리는 이같은 조치들이 앞으로 계속 성공적으로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미국은 우리측에 경제제재 위협을 가해오지 않았다.
남북특사 교환문제는 한국측이 제의할 경우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판문점에서 개최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날짜는 아직 결정된바 없다.
□미 발표문 요지
미국과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1일 평양에서 개시한다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했다. 우리는 이같은 합의를 환영한다.
우리는 또한 양측간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등 다른 몇가지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접근시켰다.
IAEA 사찰단은 이번주말 빈을 출발 3월1일 평양에 도착해야 되며 이들의 입국을 위한 비자가 발급되고 있는 중이다. 이날 IAEA사찰단이 도착하면 미국은 미·북한간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일정을 밝힐 것이다.
이는 (북한)핵문제 해결의 첫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핵안전연속성을 보장하는 꼭 필요한 이번 사찰이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찰이 개시되면 미국측은 이같은 합의내용을 오는 3월1일 공식발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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