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그늘서 탈피 독자영향력 추구/보수파주장 반영 정국주도 포석도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24일 연두교서를 통해 대내적으론 통제정책의 강화,대외적으론 초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그동안 추진해왔던 시장경제체제와 친서방 노선을 수정할 뜻을 분명히 천명했다.
정치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이같은 변화를 『곰이 지난 수년간의 은둔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옐친의 정책노선 수정은 지난해 12·12총선에서 표출된 민의수렴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팽창정책및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서방의 일방적인 주도권행사에 대한 반발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원(두마)이 지난 23일 지난해 10월유혈사태로 감옥에 갇혀있는 루츠코이 전부통령과 하스불라토프 전최고회의의장등에 대한 사면결의안을 통과시키는등 옐친에게 정면도전하고 있는 사태와 관련,의회내 보수세력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향후 정국주도권을 계속 장악해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극우민족주의자인 자유민주당당수 지리노프스키가 주장했던 조직범죄의 척결과 공산당이 요구해온 국가주도의 통제경제정책등을 일부 포용함으로써 상당부분 급진개혁정책을 포기할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밝힌 경제정책은 개혁기조는 계속 유지하되 이에따른 희생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초인플레유발과 생산력감소를 막으면서 실업과 빈곤층의 확대를 억제키 위해 국가가 국유재산을 직접 통제하는등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통제주의적 방식을 일부 도입키로 했다.
대외정책에서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각공화국과 서방과의 관계로 나눠 정리했는데 CIS각공화국에 대해서는 과거 구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종주국입장에서 공동안보체제와 공동시장체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옐친은 대서방과의 관계에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했던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수정,국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따라 국방예산감축과 무기생산및 수출분야에서 서방측에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고 보스니아사태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나토가 러시아를 제외하고 일부국가들은 흡수하는등 팽창정책을 추진하는데 반대하며 러시아는 동과 서,어느 쪽에도 결코 「손님」이 아님을 인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옐친의 이같은 정책변화는 물론 퇴색돼가는 러시아의 자존심을 되찾자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냉전시대이후의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과정에서 러시아가 결코 소외되거나 방관자가 될 수 없으며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옐친의 이번 연두교서는 대외적으로 러시아를 결코 「종이호랑이」로 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