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감지 “분초싸움”/증권·채권매매 열중/대부분 MBA과정 수료…하루 1인 수억불거래도 뉴욕 월스트리트 부근 월드파이낸셜센터빌딩 북쪽건물 5층과 7층. 세계최대 증권회사 메릴린치사의 심장부 「트레이딩 프로어」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메릴린치사가 자랑하는 5백여명의 채권딜러들이 7층에서, 5백여명의 증권딜러들이 5층에서 첨단 증권정보통신기기인 「브룬버그」등과 씨름하며 증권과 채권 매매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내 수백개 지점뿐아니라 세계 각국에 나가있는 해외지사등으로부터 도착하는 주문을 받아 매매를 성사시키고 자신이 직접 회사자산을 투자하기도 하는 메릴린치의 간판승부사들이다. 회사의 자산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 즉 회사의 사활이 이들 손에 달려있다. 이들중 근무경험이 1∼2년된 신참딜러들은 적은 돈으로 투자경험을 쌓지만 능력있는 2∼3년 이상된 고참딜러는 혼자서 수십억달러를 굴린다.
○35세넘으면 은퇴
고참딜러라고 해야 35세정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많은 정보를 조합해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승부해야하는 딜러의 세계에서는 35세를 넘어서면 「늙은이」에 속하고 현직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딜러들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6∼27세 전후에서부터 35세정도까지의 젊은이들이다.
딜러들은 세계 각국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각종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들을 책상위에 설치된 정보통신모니터를 통해 빠짐없이 감지한다.
다른 딜러보다 정보 감지가 1초만 늦어도 수십만달러의 손해를 입는 일이 다반사다. 1인당 많게는 10여개가 넘는 정보모니터가 책상앞에 설치돼 있다. 그중 메릴린치출신의 딜러였던 브룬버그가 자신의 근무경험을 통해 개발한 증권정보프로그램「브룬버그」는 이제 미국증권딜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핵심적인 정보기구가 됐다. 브룬버그는 객장의 주가변동을 1분간격으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상장된 기업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록해 전달해 준다. 딜러들은 점심시간에도 주식시장 때문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모니터를 지켜봐야 한다.
○최고선망의 직종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딜러는 최근 미국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급 보너스 때문이다. 딜러들은 대학졸업후 큰 증권회사에 취업하면 초봉으로 은행(2만7천∼3만달러)보다 약간 많은 연 3만5천달러정도를 받으며 MBA과정을 마친 사람은 6만5천달러를 받게 된다. 그들의 봉급은 기본급에 비해 보너스가 많게는 10여배를 넘기도 한다. 메릴린치의 고참딜러는 이번 연말에 개인보너스로 1백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평생 먹고 살 돈을 1년 보너스로 받은것이다. 딜러들이 월스트리트를 뛰는 사람들중에서도 가장 프로근성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졸업자들이 학부과정의 전공에 관계없이 MBA과정으로 몰리는 이유도 바로 월스트리트에서 직업을 얻고 싶은 꿈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해 5만여명의 MBA가 졸업하지만 정작 월스트리트의 증권가로 진출하는 사람은 3백여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일반회사나 은행등 타금융기관에 취업한다.
○합병·인수업무도
딜러들과 함께 채권발행과 기업체들의 합병및 인수업무를 대행하는 증권회사의「인베스트먼트뱅커」도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직종이다. 인베스트먼트뱅커는 주로 대기업체의 사장단이나 회장단을 상대하며 취급하는 액수도 매우 크기 때문에 증권회사의 핵심두뇌들이 몰린다. 보통 하버드대나 시카고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출신 MBA가 아니면 명함을 못내밀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들은 미국의 대기업체가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을 세계 각국에 판매하기도 하고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미국의 금융이 세계최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가 미국의 최고 엘리트들이 금융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미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금융에만 지나치게 몰리기 때문에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있다.【뉴욕=유승호기자】
◎메릴린치사 증권딜러 로버트 보건씨(인터뷰)/정확한 정보전달·정직이 “딜러 생명”/한국 투자규제 많지만 전망밝아
메릴린치사에서 아시아지역 증권거래를 담당하고있는 증권딜러 로버트 보건씨는 일요일 저녁 7시 자신의 집에서 일본과 한국 홍콩등에 나가있는 현지법인, 사무소등에 전화하는 일로 일주일업무를 시작한다. 휴일동안 아시아지역 주식에 영향을 미칠 정보가 있었는지를 검토해보기 위해서다.
『딜러들은 거의 개인시간이 없습니다. 일속에 파묻혀 지내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딜러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보건씨가 하루평균 거래하는 주식은 1천5백만달러 정도. 그는 장이 열리는 동안 한꺼번에 쏟아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오차없이 냉정하게 판단, 자신에게 맡겨진 자금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확한 정보전달과 정직이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딜러들은 가장 짧은 말로 정확하고 거짓없이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투자가나 회사는 딜러의 말만 믿고 돈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보건씨는 『회사에서 연말에 보너스를 책정할 때 내가 상대하는 투자가, 전화통화하는 해외지사의 직원에게까지 나에 관한 평가를 구합니다. 평소 얼마나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책임있게 일했는지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아시아지역 주식거래를 자청해 담당하고 있는 보건씨는 인디애나대학 재학시절 동양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 신문등을 통해 아시아지역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한국의 80년대중반 경제활성화는 미국의 50년대와 비슷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때 미국은 경기가 살아나 자동차와 TV등이 잘 팔렸으니까요. 그래서 한국도 전망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보건씨는 『한국주식시장의 최근 투자전망은 대체로 좋다고 판단되지만 아직까지 외국인들에 대한 투자제한으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뉴욕=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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