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이익·기득권집착 각종규제 안풀어/“개방반대세력” 미비난에 일수긍여론도 미·일무역협상이 결렬된 책임을 놓고 일본관료들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있다. 부처이익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본관료들의 경직된 자세가 미일포괄경제협의에 파국을 몰고온 최대 요인중의 하나라는 비판이다.
지난 11일 미일정상회담이 결렬된후 일본시장개방을 위해 다양한 제재방안을 검토중인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돌연 일본 통산성과 대장성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일본시장개방을 막는 최대의 장벽이 이들 일본의 양대경제부서 관료들이라는 지적이었다.
클린턴의 일본관료비판은 캔터미무역대표가 『일본관료가 권한약화를 우려, 시장개방에 반대하고 있다』는등 미국측의 일련의 일본관료비판중 가장 강도 높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미일포괄협의가 시작된 이후 외무부 대장성 통산성등 일본의 협상실무관리들은 미국측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수치목표를 내세우는 미국의 무리한 시장개방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보였던 까닭이다.
미국측이 일본관료비판에 열을 올린 것은 관료들의 입지를 약화시켜 호소카와총리의 개방결단을 유도하려는 협상전략의 일환이었다. 소비자중시정책을 표방하며 규제완화를 추진중인 호소카와총리는 일본시장개방에 어느 정도 적극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미일정상회담에서 호소카와총리는 미국측이 기대한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다. 호소카와총리로서도 타협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자동차등 개별시장개방에 수치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자유무역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관료는 물론 경제계 학계 언론등에서도 모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회담결렬에 대한 자성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측의 일본관료비판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료가 일본시장개방을 방해하고 있다는 미국측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는 것.
일본이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된데는 관료들이 최대공신이라는데 일본국민들은 별로 이의를 제기치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도 관료기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경제의 수준상 이제는 관료들이 민간경제를 각종 규제와 행정지도등으로 간섭치 않아도 되는데 쓸데없는 간여를 하는 바람에 경제적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측의 일본관료비판에 일본여론이 일부 수긍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외국제품이 일본시장에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것은 일본관료들이 엮어 놓은 각종 규제 탓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측은 미일협상결렬후 미일무역전쟁을 피하기위해 ▲규제완화추진 ▲수입투자촉진 ▲독점금지법 강화등 경쟁촉진 ▲정부조달개선등 독자적인 시장개방책을 마련중이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규제완화로 지적된다.
그러나 규제완화는 일본의 정치경제구조상 가장 힘든 대책으로 평가된다. 관료들이 기득권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시장개방은 거대한 관료조직을 정비하는 행정개혁의 성공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일본의 정치개혁이 과연 행정개혁으로 발전될 수 있는가는 세계경제의 무역전쟁가능성 여부에 최대변수라고 볼수 있다.【도쿄=안순권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