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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자의 백두산 사진/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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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자의 백두산 사진/원인성 런던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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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메이저영국총리가 백두산천지를 배경으로 김일성과 나란히 서있다. 사진대로라면 메이저영국총리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19일자 영국 가디언지에 바로 이 사진이 게재됐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진이다. 2면에 실린 큼지막한 사진 그 옆에는 똑같은 크기의 사진이 하나 더 있다. 같은 배경, 같은 포즈로 김일성부자가 나란히 서있다. 이 사진은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김정일 생일인 지난2월16일 직전 북한이 배포해 우리나라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던 사진이다.

 가디언지에 실린 사진의 배경,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김일성의 모습이 같은데 옆에 있는 사람, 메이저총리와 김정일만이 다른것은 무엇때문일까. 컴퓨터를 이용한 인위적인 합성사진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사진부 컴퓨터를 통해 김일성과 메이저의 사진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요즘 세상에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합성은 식은 죽 먹기이므로 사진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가디언이 이 두개의 사진을 게재한 뜻은 김일성부자의 사진이 인위적 합성방법에 의해 만들어진것일수 있다는것을 「실상황」으로 보여주기 위한것이다. 김일성이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는데 반해 김정일은 얇은 옷을 입고 있는게 그 추측의 근거이다. 또 한가지는 대중조작을 위해 사진을 활용해왔던 북한의 전력때문이다.

 가디언은 2년전 일제시대이래 김일성사진을 북한이 어떻게 변조해 왔는가를 보도한 적이 있다. 가디언의 분석은 맞을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추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사진 한장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는 영국인들의 정보분석 자세이다.

 우리의 언론, 우리의 정보기관은 그러한 노력을 했던가. 김일성부자의 사진을 보면서 가디언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한 적이 있을까. 영국보다 더 많은 자동차, 더 많은 전자제품을 만든다고 우쭐할 일이 아니다. 정보전쟁에서 이기지 않는한 국제사회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란 불가능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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