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답잖게 작품성 돋보여… 흥행선 불운 김영빈감독(39)을 얘기할 때 영화사랑방 사람들은『불운하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그는 지금까지「김의 전쟁」(92년)과「비상구가 없다」(93년) 두 작품을 연출했다. 두 편 모두 스케일이나 작품성에서 다른 신인감독들의 영화에 뒤지지않지만 빛을 보지못하고 있다.
데뷔작인「김의 전쟁」은 재일동포무기수 김희로사건을 현지 올로케이션으로 재현한 영화. 제작비도 엄청났지만 헬기까지 동원한 김희로체포장면등은 신인감독으로선 감히 엄두조차 낼수 없는 장관이었다. 스승인 임권택감독이 이 영화를 본후 『오래오래 감독 해먹을 녀석』이라고 대견해했을만큼 완성도면에서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뿐만아니라 상복도 없었다. 대종상에서 유력한 수상후보에 올랐으나 일본TV작품을 모방했다는 의견이 나와 미끄러지고 말았다. 다만 그해 한국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다음해 사이코스릴러 「비상구가 없다」로 재기를 시도했다. 오렌지족을 바퀴벌레로 생각하는 사이코킬러의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사회의 환부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였다. 그러나 국내 첫 사이코스릴러라 해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미처 후반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제작사가 부도로 쓰러져 공중분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번째로 김중태씨의 대하해양소설이 원전인 「해적」의 영화화를 기획했지만 촬영도 들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주를 모집했으나 주주를 모으지 못했다. 결국 마땅한 제작자나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작품의 성격을 상당부분 바꾸게 됐고 작품성에 특히 까다로운 그로서는 이 점을 받아들일수 없어 8개월여 추진해오던 작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최근 그에겐 탄탄한 실력을 믿는 제작자들로부터 감독섭외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번 만큼은「뭔가 꼬이는」감독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각오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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