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라는 네바퀴 굴림차는 영국의 상징적 제품이다. 과거 대영제국이 군림했던 6대주의 험로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그 차가 굴러다녔었고 지금도 세계적으로 애용돼 영국의 자존심마저 깃든 차량이라 불릴만하다. 그런데 그런 차를 만드는 「로버」사가 최근 독일의 BMW사에 팔려버렸다. ◆로버사의 소유권중 20%는 이미 오래전에 일본의 혼다사에 넘어갔었고 이번에 나머지 80%마저 BMW에 팔렸으니, 영국의 상징이자 자존심이 모두 외국회사수중에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 이를 놓고 반응이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 반응은 물론 산업국수주의적인 것이어서 실망과 탄식이 앞선다. 「피아트」없는 이탈리아, 「볼보」없는 스웨덴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절망한다. ◆이같은 산업국수주의야말로 최근 성사단계에 있던 볼보와 프랑스 「르노」사간의 합병을 와해시켰을 뿐아니라 여타 중·후진국마저 능력과 경쟁력에 상관없이 국책자동차산업을 고집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좁은 시장에 반짝 내수경기만을 겨냥해 과열경쟁 및 투자를 불사한다. 비싼 로열티를 주고라도 핵심부품을 들여와 「아카디아」 「뉴 그랜저」 「뉴 포텐샤」등 대형차 판촉전을 펼치고 있는것이다. ◆이와 또다른 반응은 자동차산업의 국제화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오늘의 국경없는 자유경쟁시대에는 소유권이 넘어가도 업계의 기술·생산성이 올라가 고용·수출이 증대된다면 환영할 일이라는것. 실제로 영국업계가 일본·미국회사의 투자덕을 보고 있다는것이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은 세계적 불황에 허덕인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마저 살빼기, 합병, 소유권이전, 모델교환등이 자구책으로 성행한다. 그런줄도 모르는 방만한 우리업계가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