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과 타악기의 신들린 화음/“역사에 남을 명작”… 청중 매료 22일 하오 7시 30분부터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94안익태음악제」는 1시간 50분동안 객석의 2천5백여 청중을 음악의 신이 지배하는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날 무대는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중견지휘자 박은성씨 지휘에 국내 최정상의 KBS교향악단이 조응하여 교향시 「논개」를 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플루트의 수긋한 가락이 관현악과 타악기의 힘찬 소리와 합쳐지는 이 음악에 이어 대금산조에 시나위를 섞은 듯한 교향곡 「강천성악」이 연주되자 청중은 그동안 애국가의 작곡자로, 잘아는 듯이 착각했던 안익태의 음악세계가 실은 더 깊고 아름답고 웅장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2부가 되자 객석의 반응은 교향악단의 음악에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 뚜렷이 보였다. 2부 첫곡인 「아킬레스의 방패」는 관악기와 현악기가 도시의 소음과 외따로 떨어진 인간군상의 심리를 복잡하게 묘사하고 있는 현대음악이지만 객석은 찹 찹 찹 찹 하는 타악기의 리듬을 타고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2부의 마지막 곡이자 이 음악회의 하이라이트인 「한국환상곡」연주에서는 KBS교향악단도 신들린 듯이 절묘한 화음을 선사했고 서울시립합창단의 애국가 합창도 이에 맞춰 청중들의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명연주를 선사했다. 「한국환상곡」은 안익태가 38년 더블린에서 초연한 후 해방직전까지만해도 로마 베를린 마드리드 파리등지서 15차례나 연주가 된 교향곡으로 일본 정부가 이탈리아정부에 압력을 가해 연주를 방해한 일화를 갖고 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만세 만세 만세 만세」하는 합창과 함께 「한국환상곡」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브라보」하는 환호소리가 터져나왔고 박수는 10분 가까이 계속되었다. 음악팬들은 『안익태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객석을 뜰줄 몰랐다.
안익태기념재단의 전봉초이사장은 『그동안 듣던 한국환상곡중에 최고였다. 청중도 열광적이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으며 숙대음대 이만방 교수는 『안익태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음악세계는 지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역사에 남을 작품이다. 후배인 림지선의 작품도 빼어나고 오늘 연주도 매우 뛰어나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이날 작곡상을 수상한 림지선씨는 『지난해 「아킬레스의 방패」가 초연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연주가 좋았다. 정말 만족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음악회는 KBS FM을 통해 실황중계되기도 했다.
【서화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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