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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성격 논쟁 앞서 「저지」 총력을/윤덕민(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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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성격 논쟁 앞서 「저지」 총력을/윤덕민(월요논단)

입력
199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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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북한 핵문제를 복잡하고 어렵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언론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지는 생경한 핵관련 용어들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상반되는 정보들이 여과없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2년간 북한 핵문제가 종잡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는 점이다. 완전히 타결된 듯이 보이다 돌연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그런가 하면 다시 해결국면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북한 핵문제에 관한 학계·정계·언론계의 논의도 한 방향이 아닌 여러갈래로 갈라져 온게 사실이다. 각양각색의 논의는 그러나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진보적 인사들은 냉전종결로 예산삭감 및 기구축소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의 CIA와 군부가 북한을 새로운 가상의 적으로 부각시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또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한반도에 위기상황을 조성해 각국의 군비축소로 판로가 막힌 무기를 처분하기 위해 꾸민 음모로 북한 핵문제를 해석하는 인사들도 적지않다.

 한편 보수진영의 논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그 자체보다는 미국이 이를 빌미로 한국의 핵재처리시설 보유를 방해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진보 양진영의 논의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양 진영은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저지 방안에 관한 논의는 무시한채 북한 핵문제와 미국의 음모를 지나치게 결부시켜 해석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는 과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의심하게 하는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혹시 『미국이 어떻게 막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

 모든 면에서 우리는 북한핵문제의 직접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입게 된다는 무서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가 결국 우리민족의 자산이 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하기 이를데 없는 발상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핵문제의 성격논쟁이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일이다.

 북한의 핵사찰 수용의사 표명으로 북한 핵문제는 지금 또한차례 고비를 맞고 있다. 북한은 일단 미·북한 관계개선등 미국측이 제시한 당근을 취하는 대신 핵을 포기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북한의 핵개발의혹이 깨끗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제적인 제재가 불가피해질 것이고 한반도에는 위기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미국의 음모설에 관한 논쟁에 앞서 북한의 핵개발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질 때 이러한 위기상황의 도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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