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 다소 산만·「오늘의 사람들」 식상한감/북핵문제 한미입장차 정확한 분석 돋보여 최근 북한의 핵사찰문제가 국내외 언론들의 지대한 관심사로 등장했다. 외국언론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발발 가능성까지 예견했고 국내언론들 역시 거기에 맞춰 미국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사찰과 관련된 언론의 잇단 보도들은 남북한 분쟁시 첫번째 피해자가 될 서울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런데도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는 엄연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핵무기축소·폐기조약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더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를 중동같은 분쟁지역에 밀매할 때 야기될 문제때문에 비록 무력을 쓰는 일이 있더라도 핵보유만은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무력개입에 의한 간접적인 득보다는 직접적인 실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한국일보의 최근 사설과 기사들은 바로 그와 같은 한미간의 입장차이를 다른 일간지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설득력있게 짚었다.
예컨대 2월17일자에 실린 「특별사찰 실시까진 아직 먼길」기사는 사태의 흐름을 어느한쪽으로 치우치지않고 냉정하게 분석한 점이 돋보였고 「전세계 핵개발 어느정도인가」기사는 한치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점이 좋았다. 「북핵, 파국은 피했지만」이란 사설 역시 사태추이를 냉철히 조망하고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돋보였던 사설이었다.
한국일보의 이같은 기사방향은 감정과 감상에 치우쳐 자칫 선정주의적인 기사를 쓰기쉬운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아주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일보 사회면은 다른 일간지들에 비해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사회면의 전체적인 구도가 항상 안정돼 있지 않은 것이 그 주된 요인이다. 어떤 경우는 하단광고가 너무 높이 올라와 사회면기사는 생동감이 없어져버리고 광고만이 지면에서 살아숨쉰다. 조판시 이런 점을 고려해 보다 짜임새있는 사회면을 만들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오늘의 사람들」란 역시 과연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명사소식들인지, 정말 나올 만한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는지, 또 사진들이 그렇게 많아야만 하는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공직자나 기업체간부등이 매일처럼 주요단골로 등장하는 현재의 동정란은 독자들에게 더이상 읽히지 않는다. 2월12일자 한국일보가 「문화」 「교육」 「환경」등으로 나누어 한면씩 특집을 꾸민 편집기획은 중요한 분야에 대해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썩 좋았다. 다만 「교육」의 경우 앞으로는 교육기관의 소리만 실을것이 아니라 현재 가장 절박한 문제로 대두된 입시제도의 개선을 위해 과감한 기획기사들도 싣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 「문화」「환경」관련분야 역시 「우물안 개구리식」의 기사에만 만족하지말고 언제나 세계의 문화, 환경등을 고려해 좀 더 폭넓은 기사를 발굴하도록 해야만 할것이다.<서울대 영문과교수>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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