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방식 과감히 탈피/「고유상표」수출길 다져야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단계나 다름없다.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꾸준히 해외시장을 뚫고 있으나 고비용·기술부족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전자정보연구실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컴퓨터시장은 사무자동화·공장자동화와 PC보급확대등에 힘입어 연평균 9·4%의 고도성장이 계속돼 오는 2001년에는 시장규모가 5천억달러규모에 이를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의 컴퓨터수출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컴퓨터업체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금상승과 핵심기술력부족등으로 경쟁력이 뒤따라 가주지 않기 때문이다.
90년기준으로 국내 컴퓨터수출은 19억8천만달러로 대만의 3분의 1, 일본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92년 386DX 본체의 경우 수출가격 역시 대만제품보다 1백달러가 비쌌고 미국 시장점유율도 대만이 32%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0%에 그쳤다. 여기다 자가 브랜드보다는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위주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고 PC원가의 50%이상을 차지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파워칩세트 HDD등 주요 핵심부품과 중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경쟁력에 한계를 안고 있다. 지난해 상공부에서 실시한 386 노트북컴퓨터의 원가분석에 따르면 총 1천2백45달러중 수입부품값만 평균 9백33달러로 전체원가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시장이 미국으로 편중돼 미국 컴퓨터경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결정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고 유통망도 취약하기 짝이 없다.
핵심부품의 국산화, 신제품의 개발등을 통해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고 시장확대를 위한 수출선다변화 및 마케팅강화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재 대우 현대등 대기업들은 생산시설을 미국 독일등 현지에 구축하고 품목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더욱 공세적인 투자가 아쉽다.
세계추세에 맞는 상품개발도 중요하다. 업계 및 연구기관에 따르면 컴퓨터성능의 급속한 향상등에 따라 점차 중·대형컴퓨터의 비중이 줄면서 고성능PC·휴대용PC와 멀티미디어·펜PC, 그린PC등의 수요가 급신장할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무리 고성능컴퓨터라 하더라도 뒤늦게 출하해서는 백전백패다.
한국전자공업진흥회 정보산업과 박병철과장은 『컴퓨터업계 5대기업을 비롯한 국내업체들이 해외에 공동유통망을 구축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지역으로 시장을 넓혀나가야 한다』며 『3∼6개월단위로 빨라진 컴퓨터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신제품 출하시기를 앞당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철저한 고객서비스와 생산의 분업·전문화, 인재확보등도 우리 컴퓨터업계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남대희기자】
◎HDD용 자성박막디스크 개발/태일정밀 “세계빅3” 부상
83년10월에 설립된 컴퓨터전문 중소기업 태일정밀은 세계를 두번 놀라게 했다. 자본금 1백60억원의 중소업체가 85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용 자성박막디스크를 개발해내자 세계 컴퓨터업계가 깜짝 놀랐다.
HDD용 자성박막디스크는 기술의 난이도로 미루어 컴퓨터분야 최고의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다. 알루미늄판을 가공한뒤 그 위에 자성체를 입힘으로써 원하는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고안된 자성박막디스크는 초정밀의 가공기술및 증착기술 윤활기술등을 조화시켜야 하기때문에 내로라는 대기업들도 엄두를 못내고 있던 제품이다.
이어 88년 HDD및 FDD(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용헤드, 프린터헤드등 컴퓨터 핵심부품중 하나인 헤드를 잇달아 개발해내자 다시한번 세계 컴퓨터업계가 놀랐고 이제는 세계 컴퓨터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통하고 있다. 현재 태일정밀은 헤드분야의 세계 빅3중 하나다.
태일은 지난해 디스크와 헤드등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부분품을 미국 일본 독일 스페인 중국등 컴퓨터 주요생산국에 3억달러가량을 수출했다.
◎국내업계 “올해는 컴퓨터수출 정착의 해”/품질·가격경쟁력 바탕 수출선 다변화/선진기업과 제휴 고도의 기술도 습득
올해 처음으로 일본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된 국내 컴퓨터업계는 올해를 컴퓨터수출 정착의 해로 정하고 각사마다 미국등 기존시장에 대한 판매망 확충과 신시장개척 및 신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최대메이커인 삼보컴퓨터는 고급상품으로의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일본지역으로의 수출에 전력해 컴퓨터전문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서진구상무는 『지난해 영국 갈릴레오사와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해 유럽시장 진출기반을 확고히 했으며 올들어서는 일본시장에도 수출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년대비 2백16%의 높은 매출신장세를 보이며 IBM 애플등 세계 유수기업들과 대규모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생산)거래를 통해 수출기반을 다져온 삼성은 노트북PC나 586급PC에 대한 판매를 강화,3억달러의 수출고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안굉수전무는 『차세대 중요핵심부품인 초경량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분야등의 개발에 주력해 한단계 높아진 한국산 컴퓨터를 세계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91년 이후 10여만대(1억5천만달러어치)의 노트북PC를 해외에 수출한 금성정보시스템의 최상규상무는 『량위주의 수출전략에서 질위주의 전략으로 바꿔 무선통신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개발하고 CD롬드라이브 멀티미디어PC등 첨단제품의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성사는 IBM 컴팩 애플등 고도의 PC개발기술을 갖고 있는 선진기업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고도기술을 습득할 계획이다.
대우통신 김천명상무는 『올해중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컴퓨터 수요에 대비해 미국 현지법인 리딩에지사를 통해 판매망을 늘리고 486PC의 중저가모델의 수출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또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윈프로」시리즈제품과 이를 더욱 고급화시킨 「밸리앤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전자의 주훈전무도 『올해중 OEM저가수주를 지양하고 고유상표제품을 적극 개발해 시장기반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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