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일정/남북관계 진전없을땐 “거부권”/국제공조 강화 특별사찰 관철 한승주 외무장관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한것과 관련, 『완전한 해결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미의 한 발짝을 내디딘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장관은 『앞으로 정부는 계속 인내심을 갖고 정해진 일정표(ROAD MAP)에 따라 대응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한장관은 정부가 갖고있는 「일정표」에 대해 『통일원 국방부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의 윤곽은 잡혀있는 상태』라며 『한미간의 검증작업까지 일단락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정표는 두가지. 북한핵문제가 잘 풀려나갈 경우의 「순항일정표」와 북한이 거듭 제동을 걸고 나올 경우의 「난항일정표」가 그것이다. 일단 정부는 이번 북한의 사찰수락으로 순항일정표를 선택했다.
정부가 판단하는 「순항」은 ▲남북대화재개 ▲미북 3단계회담 ▲북한의 특별사찰수용 ▲미북관계개선으로 상황이 전개돼가는것. 정부는 이러한 단계마다 한미간의 협의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전제로 하는 「일정」을 제시해나간다는 복안이다.
우선 남북대화재개와 관련, 신축적이고 융통성있는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실질적으로 양측의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어떠한 형태든 구애받지 않는 신축성을 보인다는것이다.
미북 3단계회담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되 우리가 직접 관련돼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미북간의 뉴욕접촉에서 양측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것과 미국의 대북 핵무기선제불사용선언 및 테러국 대우삭제, 팀스피리트(TS) 훈련중단등을 일괄적으로 타결한다는 방침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미북 3단계회담이 열릴 경우 이러한 조건들의 일괄타결문제가 당연히 협의될것이다. 정부는 이 경우 TS훈련문제등 우리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남북간의 화해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합의해줄 수 없다는 대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것이며 이는 한미 양국간에 뚜렷이 약속된 사안이다.
북한의 특별사찰수용은 북한핵문제해결의 가장 어려운 고비가 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을 감행했었으며 이번에 IAEA가 북한을 「굴복」시켰다지만 특별사찰의 문제는 조금도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핵투명성확보의 관건이 되는 특별사찰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 한차례의 총체적 외교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이다. 미국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P5)들과의 공조체제를 강화, 미―IAEA의 협상에 안보리차원의 압력과 회유를 가세시켜 놓는다는 계산이다. 특히 중국을 지렛대로 하는 「대북외교채널」을 미리부터 구축해 북한이 특별사찰을 수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당근」에 대한 인식을 직접 전달할 수있다는것이다.
미북과의 관계개선문제에서 우리정부 「일정표」는 비교적 명백하다. 『미북수교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것은 우리 정부의 오래된 방침이며 일본과 중국 러시아등 이른바 주변 4강국과의 의견조율도 마무리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미북수교에 이어 일북수교까지 이뤄질 경우 한반도주변의 교차승인문제가 대두될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우리 정부는 국가이익을 전제로 하는 또다른 「거부권 행사」문제도 고려해야 할것이다.
한편 「난항일정표」도 예비적 카드로서 준비돼 있다. 북한의 이번 핵사찰 수용이 시간을 끌기 위한 혹은 안보리의 제재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저의였음이 밝혀질 경우에 대비하자는것이다. 이 경우는 최근 한달여동안 실행됐던 한미공조체제가 그대로 다시 가동될것이다. 다만 그 경우는 이번의 경우와는 달리 시간의 유예가 소멸된 상태에서 ROAD MAP을 마무리시킨다는것이다.【워싱턴=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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