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같은 수줍음”… 독창적 연기세계 일품 정보석(34)은 결코 대중적인 스타는 아니다. 그는 자신과 맞는 배역을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영화「젊은 날의 초상」이나「걸어서 하늘까지」를 본 관객들은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그의 강렬한 눈빛과 외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서늘한 체취를 잊지 못한다.
지난 연말 끝난 MBC TV주말극「폭풍의 계절」은 그로서는 다소 예외적인 작품이었다. 부잣집의 제멋대로인 귀공자로 그는 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고유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영화「걸어서 하늘까지」의 고독한 소매치기 「물새」였다. 신성일 주연의 영화「맨발의 청춘」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관객에게 외면을 당했지만 정보석은 이 작품으로 힘과 기 그리고 남이 못가진 독창적인 연기세계를 인정받았다. 거칠고 반항적인, 그러나 마음속에 보석을 지닌 순수한 소매치기 물새, 사랑하는 여자 날치(배종옥)를 위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 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우리시대가 잃어버린 해맑은 정열의 한 전형을 찾을수 있었다.
그는 현재 권력의 폭력성앞에 무참히 부서지는 개개인의 모습을 그린 새영화「49일의 남자」에 출연중인데 그는 이 작품에서 권위주의시대를 거치며 무력해진 J로 등장, 특유의 허무주의적인 냄새를 맘껏 발산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MBC TV 3·1절 특집으로 방송될 바둑 드라마「맞수」에선 서봉수로 등장하며 지난해 5월 시작한 KBS 2FM「영화음악실」도 계속 진행중이다.
본래 신경이 예민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데 썩 익숙지못한 그는 TV와 라디오스튜디오 영화세트장을 정신없이 오가는 현재의 상황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번잡하게 많은 일보다 그는 심취할 수 있는 한가지 일을 좋아한다.
정보석은 6년간의 열애끝에 5년전 결혼한 아내와 아직도 연애하는 기분을 느낄줄 알고 소년다운 수줍음이 어울리는 남자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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