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 막후합의 공개확인 노려/한미선 “주려던카드… 적극수용”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사찰협상을 둘러싸고 뒤로 제껴 앉았던 북한이 테이블을 향해 「움칫」몸을 움직일 준비를 하고있는 것 같다. 북한은 이를 위해 대내적인 명분쌓기를 시작했으며 한국과 미국도 이를 긍정적인 제스처로 판단,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워싱턴을 방문, 미고위관리들과의 연쇄회담을 마친 한승주외무장관은 13일 하오(한국시간 14일 상오) 『미국과 북한은 조만간 뉴욕이나 빈에서 모종의 의사교환제스처를 상호교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한장관이 즐겨 쓰는 표현대로 대화타결의 가능성이 미북뉴욕접촉합의때 「55대 45」가 청와대안보관계장관회의 당시 「51대 49」로 떨어졌다가 다시 「55대 45」로 움직여 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한장관은 이같은 「전망」의 근거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IAEA측에 자신들이 「은밀히」요구해오던 두세가지 사항들이 받아들여질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은것 같다』면서 『최근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논평은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미북뉴욕접촉의 합의로 핵협상의 테이블이 IAEA가 있는 빈으로 옮겨진 이후 북한이 은밀히 요청해 온 사항은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는것은 NPT(핵확산금지조약)회원국의 의무를 따르는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선의에 의해 「사찰을 받아주는」것임을 인정해 줄것과 ▲미국이 3단계고위급회담에서 미북관계개선을 약속해준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대목등이었다.
한장관의 방미기간동안 한미 양국은 국제사회가 이미 북한을 「NPT탈퇴국가」로 간주하고 유엔안보리가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NPT탈퇴를 유보한 상태인만큼 그들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그들이 내부용 명분으로 「선의」를 인용할수있게끔 해준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은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의 한미외무장관회담에서도 확인됐으며 크리스토퍼장관은 『그동안 북한과의 「간헐적 의사교환」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NPT의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건네줬다』고 설명한바 있다. 즉 IAEA로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NPT의무의 준수」를 북한에 주장하지만 미국은 공개적인 언급 자체를 자제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북3단계회담 내용의 약속 부분은 한미의 입장으로 볼 때 별다른 문제가 있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 스스로가 수용할수있고, 최소한 김일성주석등 정책결정권자가 협상실무자의 보고를 확신할수있는 모종의 담보가 필요하다는 제의로 보여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월 외교부대변인의 논평은 『우리를 압살하려고만 하지 말고 회담(미북고위급회담)에 대한 올바른 입장부터 밝혀야 할것』이라는 요구와 『IAEA가 핵안전연속성보장을 위한 사찰을 하겠다는 시사가 있었다』는 주장을 공개 언급한 것이었다. 즉 이번 논평은 그동안 미북간에 「은밀하고도 간헐적인 의사교환」을 통해 오고갔던 전제들을 확인해 달라는 북측의 제의로 한미 양국은 보고있다.
한장관의 방미를수행한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한이 한미양국이 내놓으려고 하고있는 카드를 공개적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것은 상황을 역행보다 순행쪽으로 이끌자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풀이하고 『흐름이 역류하는 위기는 넘길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맥락의 시사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강경론을 스스로 「일부세력의 움직임」으로 간주하면서 진정한 미정부의 대북관을 밝히라는 요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강경론에 대해 『미국의 조선압살 계획』이라고 비난해 왔으나 지난 12일의 외교부논평은 이들 『미국내 강경보수세력들의 조선공화국 압력소동』으로 표현하면서 『미국정부가 이에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식의 요청을 하고있다는 대목이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에 의해 미국정부가 「대북강경방침」을 수그러뜨리고 자신들의 「선의」에 의해서IAEA 사찰팀이 입북할 수 있었다는 대내적 명분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고있는 것이며, 미북3단계회담이 열릴 경우 예상했던 과실들을 차질없이 딸수있도록 공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이번 한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핵문제가 다시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이같은 북한의 새로운 요구가 「예상밖」이 아니기 때문이다.【오타와=정병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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