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주연상등 5부문 후보/실상묘사놓고 동성연애자들 격론도 미 메이저영화사가 처음 만드는 AIDS영화라 해서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필라델피아」(PHILADELPHIA)가 뜻밖에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AIDS와 동성애와 죽음이라는 어둡고 터부시되어온 주제를 다루고 있어 제작사인 트라이스타는 지난해 12월 하순 이 영화를 개봉했을 때 전국에서 4개의 극장에만 내놓았었다. 우선 관객들의 반응을 보자는 것이었다.
트라이스타는 도대체 만인이 혐오하는 질병의 영화를 어떻게 대중에게 팔아먹느냐는 문제를 놓고 고심을 했다. 투자한 만큼 이익도 내야겠지만 이 영화의 성공 여부에 앞으로의 다른 AIDS영화들의 운명이 매달려 있다고 매스컴들이 떠들어대는 판에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감마저 떠맡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개봉되자 비평가들이 호평을 하면서 손님들도 잘 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좋은 입선전에다 주연배우인 톰 행크스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탄데 힘을 얻은 트라이스타는 지난달 중순 영화의 상영권을 전국 1천2백개 극장으로 확대했다. 「필라델피아」는 13일 현재 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제작비 2천5백만달러) 지난 9일의 아카데미상 후보발표에서 남우주연상과 극본상등 모두 5개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됨으로써 앞으로 계속 히트가도를 달리게 됐다.
조너선 데미(양들의 침묵)가 감독한 「필라델피아」는 AIDS에 걸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여피변호사(톰 행크스)가 호모혐오증이 있는 변호사(덴젤 워싱턴)를 고용, 자기를 해고한 회사를 고소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상영되면서 미전국의 동성연애자들 사이에서 격론이 일어났다. 그들이 따지는것은 과연 「필라델피아」가 동성애자들의 실상을 정확히 묘사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비평가들도 이 영화가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하고 너무 소심하게 동성연애자들의 일상을 그린것이 큰 결점이라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를 놓고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저명한 극작가이자 동성애자 권익옹호론자인 래리 크레이머는 LA타임스와 뉴욕타임스등 전국 7대 일간지에 「나는 왜 필라델피아를 증오했는가」라는 제하의 글을 싣고 『필라델피아는 부정직하며 법적으로 의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부정확한 영화』라고 맹공격을 가했다.
이에 대해 데미감독은 『나는 이 영화를 동성애 옹호론자가 아닌 사람들, AIDS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성애자들을 경멸하도록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면서 『크레이머는 우리를 대항해 싸울게 아니라 AIDS퇴치와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워야 할것』이라고 응수했다.
할리우드는 영화사사장과 감독과 배우들중에 동성애자들이 적지않은 동네인데도 지금까지 동성애자들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데 인색해 왔다. 그런 점에서 「필라델피아」는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영화의 흥행성공은 이제 미국사람들이 AIDS를 자기 사회의 질병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으며 아울러 AIDS영화도 오락영화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것이다. 【미주본사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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