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똬리/땀과 애환 이고가던 아낙네 필수품(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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똬리/땀과 애환 이고가던 아낙네 필수품(한국의 미)

입력
199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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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낙네들이 커다란 물동이에 철철 넘치게 물을 퍼담아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하던 우물가 풍경은 옛 마을의 정겨운 모습 중 하나이다. 이 장면처럼 여인들의 머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운반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머리로 나르는 것은 물뿐 아니었다. 명절에 사들이는 제수를 비롯해서 들에 나가는 점심과 새참이나 개울가로 나르는 빨래감 등 온갖 것을 운반하였다. 크고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나르는 비결은 보조기구에 있었다. 바로 똬리였다.

 똬리는 고리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다. 심은 짚이나 새끼를 넣고 겉은 왕골껍질을 감아서 마무리한다. 왕골을 구하기 어려우면 짚으로 감거나 헝겊을 댄다. 사용할 때 고정 되도록 위는 좁고 바닥은 넓게 만들어 머리에 꼭 맞게 한다. 또 삐죽한 꼬리를 옆에 달아서 물건을 올릴 때 한 손으로 잡는다.

 이 똬리는 붉고 푸른 물을 들인 왕골 껍질로 단순하지만 산뜻한 무늬가 나오도록 엮었다. 풀어지지 않도록 네 군데를 묶은 끈도 색색가지다. 이 예쁜 똬리는 높은 신분 넉넉한 집의 아가씨들의 머리를 감쌌던 보호대로 보인다. 아무 무늬 없는 밋밋한 것과는 격이 다르다.

 똬리에는 옛 아낙네들의 애환이 배어있다. 연약한 새색시는 힘에 겨워 목줄기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하던 필수품이었고, 가난한 부인에게는 언제나 물처럼 철철 넘치게 먹을 걸 머리에 이어볼까 하는 염원과 같이하던 것이었다. 사람 수대로 몇개씩 만들어 부엌 벽에 걸어놓던 이 똬리는 지금도 재래시장 좌판에서 쓰는 것이 간혹 보인다. 지름 14㎝, 높이 4.5㎝. 일본 민예관 소장.【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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