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선 엄마·커선 아내에 길들여져/섬세하고 부드러운 겉모습… 계산엔 철저/가끔 「잃어버린꿈」에 한숨… 공허한 반항도 대중문화속의 신세대남자들은 여자들에 의해 얌전하게 길들여진다. 그 모습은 왜소하기까지 하다.
CF를 보자. 탤런트 유인촌은 아침저녁으로 「자 남편들도 아내를 돕자」(대우 공기방울세탁기CF)며 남편들에게 세탁기돌리기를 호소하고 있다. 부인 이정화씨 대신 우석·우주남매를 돌보고 있는 탤런트 송기윤(미야리산 아이지CF)은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 아빠들을 자격미달의 아빠로 몰아가고 있다. 왕년의 천하장사 이만기씨는 체격답지 않게 「아내의 치수(속옷)를 알아두면 편안하다」(트라이CF)고 소곤대며 아내의 속옷 한 점도 사본적이 없는 남편들을 민망하게 한다. 그런가하면 가수 김국환은 「접시를 깨자」며 설거지를 자청하고 나선다.
신세대남성의 왜소화는 결혼이후에 시작되는것이 아니다. 한창 자유분방한 삶을 즐겨야할 학생시절부터 이미 어머니와 공부의 노예가 돼 「마마보이」로 길들여진다. MBC TV드라마 「김가이가」의 김가네 두아들 상현(이상우)과 대현(박철)은 어엿한 대학생이면서도 국민학생마냥 하교시간까지 일일이 부모의 간섭을 받고 있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엄마의 바다」의 상규(이창훈)는 군대도 마치지 않은 대학3년생 처지에 「엄마 아빠」를 졸라 소꿉장난같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에겐 결혼도 부모가 챙겨줘야할 성장의 한 과정이며 결혼을 하고도 부모의 보호를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신적인 미성년자다.
그러나 이들도 때론 그런 자신에 회의하기도 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굴레로 느끼기도 한다. 「나는 혼자 떠나는게 좋다」는 이병헌의 독백(레쓰비 캔커피CF)이나 「파란 넥타이 줄무늬팬티,그것만이 전부는 아냐…」(이승철의 노래 「방황」중)라는 절규는 규격화된 삶에 대한 저항이다. 015B는 노래 「요즘 애들 버릇없어」에서 보다 직설적으로 간섭하는 어른들을 성토한다. 「만나지마라 그런 친구는/ 그런건 하지마라 공부외에는… (그러나)당신들이 생각하듯이 순진하지만은 않아 우리도…」라는 항변은 놀랍기조차하다.
곱게 자란 신세대 남자는 우선 섬세하고 부드럽다. 산뜻하고 명쾌하기도 하다. 함께 뭉개자는 구질구질함도 없다. 헛된 꿈을 좇지도 않으며 야만성을 남성다움으로 착각하는 구세대남성들을 답습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부드러움 뒤엔 얼음보다 차가운 현실적인 계산이 도사리고 있다.SBS TV드라마 「결혼」에서 막내 채영(유호정)과 결혼한 청년재벌 현섭(김수안)은 갓 결혼한 신부에게 「결혼은 조건」이며 조건에 따라 결혼한 이상 「사랑」까지 기대하지는 말것을 분명히 한다. 영화 「사랑하고싶은 여자 결혼하고싶은 여자」의 현우(손창민)는 저돌적인 진희(심혜진)와 순종적인 유라(최진실)사이를 적당히 오가며 실속을 저울질한다. 그리고는 결국 통통 튀는 연애의 즐거움을 선사한 진희를 버리고 맹한듯 순진한 유라를 아내로 택해 실속을 취한다.
이들은 평안한 일상에 묻혔다가도 「무심코 지나쳐버린 내꿈」에 아쉬움을 갖거나 「버려진 작은 꿈들에」한숨을 던지기도 한다(신성우의 노래 「내일을 향해」중). 그리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이고 어느곳에 사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게된 자기자신을 슬퍼하기도 한다(015B의 노래 「수필과 자동차」중). 그러나 썩 힘들이지 않고 작지만 안정된 행복이 보장된 현실로 돌아오는것도 신세대남성들의 특징이다.【김경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