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태겨냥 강경외교 포석” 분석/301조 부활 등 대일 보복땐 「불똥」우려도 11일 열린 클린턴미대통령과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간의 미일정상회담은 미일포괄경제협의의 우선협상분야인 자동차 및 그 부품·보험·정부조달등의 일본시장개방과 관련, 수입개방폭 설정을 둘러싼 대립을 끝내 해소치 못하고 결렬됐다.
세계경제의 양대 거인인 미일양국간의 무역협상의 이같은 파행은 한국등 세계경제질서전체에 암영을 드리운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확인된 미국의 강경한 통상외교노선이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양국의 대립이 보복등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일포괄협상의 난항을 몰고온 클린턴행정부의 결과주의 무역정책노선에 대한 일본언론의 해석중 한국과 관련, 주목되는것은 클린턴대통령의 대일강경자세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전체에 대한 메시지라는 점이다.
클린턴행정부가 일본을 이처럼 밀어붙이고있는것은 단순히 대일무역적자해소차원이 아니라 아·태경제공동체(AFEC)지역국가 전체의 시장개방을 염두에 둔 중장기포석이라는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이후에 미국의 경제적 이익확대를 담보받으려면 미일포괄경제협의와 같은 개별분야별 2국간 시장개방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것이 미국의 계획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미일포괄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시장개방의지는 한국에 대해서도 점차 강도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한국은 미일간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을 당할 위험성마저 있다.
이번 회담결렬로 미국이 슈퍼301조부활·금융보복법안등 대일보복조치를 강행할 경우 보복내용이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같은 불공정무역행위를 하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할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의 결렬에 대해 일본국내의 반응과 관련, 주목되는것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일본이「노」라고 말할 수 있는 미일신시대의 막이 열린것』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냉전시대 통상관계에선 일본에 어느정도 양보적이었던 미국의 노선이 바뀌었으니 일본도 이제는 대미추종형통상외교에서 탈피, 다국간 협상우선으로 통상전략을 전환하겠다는것이다.
일본이 미국측의 시장개방확대 요구에 대해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하고있는 이유는 그것을 허용할 경우 앞으로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일변도가 정착될것이 뻔한데다 심각한 구조적불황에 놓인 일본경제의 형편상 미국에 양보할 여유가 없다는 보다 깊은 사정이 있다.
일본측의 이같은 원칙중시의 대미협상자세는 내주로 다가온 한미경제협력대화(DEC)는 물론 한미금융협상등 각종 협상에 임할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물론 미국의 대일공세가 한국에 불리한 영향만 미치는것은 아니다. 미국의 힘에 밀려 일본측이 점진적으로 시장빗장을 열 경우 한국에도 대일시장개방편승이익이 주어지고 미국이 대일압력의 일환으로 엔고카드를 쓸 경우 엔고의 수출증가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쿄=안순권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