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방에 약하다. 「서해훼리」호참사에서부터 낙동강오염까지 연례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대형사고는 미리 막을수 있는 인재다. 우리는 물리적 사고예방에만 약한것이 아니다. 정책사고에도 그렇다. 지난 40여년간 압축경제성장을 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해왔는가. 그가운데 국민경제를 왜곡시켰을 뿐아니라 가치관을 도착시킨 부동산투기야말로 인재중의 인재다. 부동산경기는 경기변동의 일환으로 기복과 고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투기는 숨통을 끊어놓았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정부와 지방행정기관이 세수확보와 재원조달 목적으로 땅장사를 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기도 했으니 정책의 파행이 이만저만한것이 아니었다. 투기는 우리 국민경제에 잠재하고 있는 「악의 유산」이다. 나라안팎의 경제여건을 통찰해볼 때 우리는 또다시 투기의 재연을 방치할 위치에 있지 않다.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치명타를 입는다. 경제의 거품만 일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는 임금·땅값·금리·기술·사회간접자본설비·체제·제도의 운영등 중요경쟁요소에서 선진국 및 경쟁상대국들보다 불리하다. 투기는 땅값·임금상승―경쟁력약화등 연쇄반응을 가져온다. 경공업제품의 퇴장시간이 앞당겨질것이다. 또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자동차·조선등도 경영악화가 온다. 사회적·도덕적 피해가 증폭되는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투기의 백해는 정책당국자들이 잘알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너무 늦게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또한 투기의 지능을 따르지도 못했다. 체제·제도의 운영에 비리도 있었고 인력도 부족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정부측에서 투기재연의 가능성에 대해 때 맞추어 인지하고 있는것같다.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은 지난5일 김영삼대통령주재로 열린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경기는 93년 하반기를 고비로 회복되는 추세에 있다』며 『부동산의 경기주기가 보통 7∼10년이므로 지금부터 부동산투기등에따른 대책을 수립해나가는것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는것이다. 부동산침체가 시작된것이 89년, 이제는 반등점에 들어선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불안한것은 투기여건의 성숙이다. 토지정책이 「보존」에서 「개발」로 전환됨에 따라 수도권, 농지, 그린벨트(개발제한지역)등에대한 각종 토지규제가 대폭완화됐다. 건축규제도 같다. 한편 시중에는 자금이 풍부하다. 아직 기업의 설비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아 적당한 투자선을 찾지못하다가 최근들어 증시에 쏠리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4조나 된다. 우선 이 돈의 향방에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부동산투기억제 수단은 연말 완공을 목표로 서둘고 있는 국세청의 세대별 토지거래전산망, 투기점검반의 가동, 토지거래규제강화, 토지규제완화보류등이다. 그러나 보완이 필요하다. 땅부자나 신원노출기피자들이 즐겨 쓰고 있는 명의 신탁제가 폐지돼야 한다. 즉 부동산실명제가 채택돼야 한다. 금융실명제도 실시되고 있는 마당에 뭣때문에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