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주미 한국대사는 최근 서울에서 『한반도는 위기상황에 처해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대사의 이 발언은 미국방부가 패트리어트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 계획을 마련한 사실이 알려져 한반도에 군사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나왔다. 앞서 김영삼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평가도 미국방장관이 『북한이 1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함으로써 핵문제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나왔다. 대통령과 주미대사의 발언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진 정부의 입장에서 국민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데 기여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핵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 깊이 개입되어 있는 문제인데, 지난 연말이래 미국의 움직임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짙어지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결정에 이어 뉴욕타임스가 6일 북한이 남침시 평양을 점령하고 김일성정권을 전복시킨다는 새 한국방어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미국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회의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최후통첩성격의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은 그런대로 보조를 잘 맞춰왔다. 그러나 성과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의 언론들은 최근 군사대결의 시나리오를 빈번히 보도하고 있다. 미국정부내의 움직임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핵문제 자체는 성격상 절충선이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미국이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보면 한반도는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위기의 정도를 국민에게 적절히 알려 준비태세를 갖추게 하는 것도 정부가 할 주요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한반도긴장이 매일 관심의 대상이 되는데 한국정부가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못해준다면 오히려 국민들은 불안을 느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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