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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로 담아낸 “정치적 이상”/공자편 「시경」(다시보고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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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로 담아낸 “정치적 이상”/공자편 「시경」(다시보고싶은 책)

입력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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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서정성… 중국인 심성도야의 원천 『꾸룩 꾸룩 징경이는 모래톱에서 우니는데, 아리따운 아가씨 군자의 좋은 짝일러니』「시경」은 이처럼 한 폭의 그림같은 노래로 시작된다. 이 서정성 풍부한 시가들이 수천년동안 중국인의 심성을 도야시켜 온 교화의 원천이었다. 중국은 시의 나라이다. 역대로 중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시가문학이 발달하였고 대부분의 황제들은 문학의 애호자임과 동시에 빼어난 시인이었다.

 한무제·조조·수양제·당현종등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시인의 정치적 지위는 매우 높았다. 이것은 플라톤이 그의 이상국가에서 시인을 추방해버린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아테네와 같은 단일한 소국을 통치함에 있어서는 합리적 정신이 요긴하지 불안정한 시인의 감성 따위는 신뢰할만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군, 민족군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양한 문화의 복합체로서 그야말로 「카오스」와 같은 대륙의 상황이란 논리적 인식으로만 장악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중국인은 이에 천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이성적, 철학적 능력 못지 않게 세계를 한 눈에 통찰할 수 있는 직관적, 시적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인재 선발을 위한 과거제도에서 문학창작인 시부(시부)분야는 역대로 무시될 수 없는 중요한 과목이었으며 특히 당대에는 사상을 대변하는 경학분야보다 더 중시되어 시가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룩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중국에서 탁월한 정치가는 거개가 훌륭한 시인이었다. 당대의 백거이 한유, 송대의 구양수 왕안석 소동파등으로부터 최근의 모택동에 이르기까지가 그러했고 이백 두보등도 비록 출세는 하지 못했으나 강렬한 정치지향을 지녔었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는 시적 능력을 정치적 능력과 상관시키는 경향이 농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시학과 정치학의 결합, 중국식의 정치시학이라 할 입장을 확립한 인물이 바로 공자이며 「시경」은 그러한 이념에 의해 편집된 최초의 시가집이었다.

 공자는 주나라 당시까지 유행해 오던 각 지방의 민요중에서 3백5편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대부분이 서정시인 「시경」은 내용에 따라 종교시인 송과 귀족시인 아, 평민시인 풍의 3종으로 분류된다. 단순한 민요집이었던 「시경」은 공자의 시를 통한 다스림, 이른바 시교의 이념하에 편찬되었기 때문에 단번에 경전의 지위로 뛰어올랐다. 아울러 후대의 유학자, 주석가들은 예술적 경지와 정치적 이상의 조화라는 차원에서 「시경」을 해석하고 모든 문학의 전범으로 삼아 그야말로 「영원한 제국」의 이상을 추구하였다.

 비록 근대에 와서 많은 학자들의 반론에 의해 「시경」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지양되고 민요로서 순수문학적 의의가 회복되었지만, 세계를 인식하고 장악하는 훌륭한 기제로서의 시적 능력을 함양시키고, 중국뿐만아니라 한국 일본등 동아시아 제국의 문학이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이 책의 가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학)<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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