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월터 먼데일전미국부통령이 주일대사로 내정되자 일본정가는 화색이 돌았다. 먼데일이 거물정치인이어서 미국이 높아진 일본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해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던것이다. 특히 마이클 아머코스트 당시미대사는 일본에서 「미스터 가이아츠」(외압)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끊임없이 주요 관청과 정당등을 찾아다니며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압력을 넣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머코스트가 물러난 지금 일본에서는 『진짜 가이아츠가 왔다』는 신음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먼데일이 전임 아머코스트에 비해 행동반경은 좁지만 훨씬 더 매섭다는것이다.
냉전이 끝나고 경제전쟁이 시작된 요즈음 먼데일은 일본시장개방을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알고 뛰고 있다. 경제전쟁시대에 정치·군사문제는 본국정부차원에서 처리해도 늦지않다는 인식이다. 부통령출신이라고 대접받으려 하기보다는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는 겸손한 자세마저 엿보인다.
현지대사의 세일즈맨화, 진출기업의 고충해결사라는 세계적 추세는 최근 빌헬름 하스주일독일대사가 전격 경질된데서도 잘 나타난다. 모든 외교관은 수출진흥을 위한 세일즈맨이 되라는 훈령을 내린 독일외무부는 하스대사가 독일상품의 수출지원을 소홀히 한다는 일본진출 기업의 불만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인사교체를 단행한것이다. 하스주일대사와 대조적인 외교관이 존 보이드영국대사이다. 일본현지공장이 유럽대륙에서 영국에 가장 많이 집중된데는 보이드대사가 이끄는 영국대사관의 맹렬한 세일즈맨 외교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이다.
과거사 문제가 어느정도 마무리 된 지금 한국의 대일외교는 아직도 정무외교우선 체질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선진 각국대사들이 펼치는 대일경제외교현장은 엄청난 대일무역역조문제를 안고 있는 주일한국대사관의 변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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